"과학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다양성과 대표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지난 24일 대전 본원에서 조경현 뉴욕대 교수의 발전기금 약정식을 개최했다. 조 교수는 올해 삼성호암상의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중 1억 원을 모교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전산학부 학사과정 여학생 중 지원이 필요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한 학생이 이 장학금의 수혜자가 되며, KAIST는 매 학기당 5명을 선발해 1인당 1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경현 교수는 이 장학금의 이름을 전산학부 임미숙 장학금으로 지정했다. 임미숙은 조 교수 어머니 이름이다.
인공지능(AI) 분야 세계 석학이 어머니 이름을 딴 장학금을 신설한 데에는 컴퓨터 공학 분야의 여성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있다.
조 교수는 "저의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해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해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이어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이슈에 대해 누군가가 구체적으로 꼬집어내어 쉬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무엇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절대 인식하지 못할 것 같다■며 "이번 기부를 통해 작게는 KAIST 크게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대표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류석영 전산학부장은 "조 교수가 장학금을 기탁하며 매 학기 선정된 장학생들과 부모님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해왔다■며 "세대와 환경이 다른 기부자와 수혜자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해 임미숙 장학금에 담긴 뜻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장학기금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4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는 미국에 체류 중인 조경현 교수를 대신해 부친 조규익 씨와 모친 임미숙 씨가 참석했다.
임미숙 씨는 "아들은 삼성호암상이 개인이 아닌 자기 연구 분야 전체에게 주어진 상이기 때문에 상금을 사회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들의 마음이 담긴 전산학부 장학금 기부에 동참할 수 있게 되어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조경현 교수는 KAIST 전산학부를 2009년에 졸업한 뒤 핀란드 알토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5년부터 미국 뉴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계 학습과 AI 응용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문장 전후 맥락까지 파악해 번역할 수 있는 신경망 기계 번역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 중인 대다수 번역 엔진이 조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어 AI 번역 및 관련 산업계에 혁신을 가져온 공을 인정받아 지난 4월 2021 삼성호암상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6월 1일 시상식이 열렸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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