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미래를 예측해 변속을 돕는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 개념도. 기아 K9에 양산 적용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에선 자동차 대 인프라(V2I) 통신 기능은 빠졌다. 향후 추가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 개념도. 기아 K9에 양산 적용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에선 자동차 대 인프라(V2I) 통신 기능은 빠졌다. 향후 추가될 전망이다.

변속기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동력을 속도에 따라 필요한 회전력으로 바꿔 전달하는 장치다. 주행 상황에 맞게 회전수를 변환,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고 성능과 동력 효율을 개선한다.

변속은 운전자의 가속 페달 조작량과 자동차의 속도 같은 파워트레인·주행 관련 데이터를 변속기 제어장치(TCU)가 수집·판단해 이뤄진다. 운전자 성향에 따라 차량이 적절하게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차량이 미래 주행 상황을 예측해 한 발 빠르게 변속에 대응하는 기술도 나왔다. 기아가 대형 세단 'K9'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선보인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이 세계 최초다. 2020년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 개발한 '정보통신기술(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의 상용화 버전이다.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 전병욱 현대차·기아 지능화구동제어리서치랩 연구위원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 전병욱 현대차·기아 지능화구동제어리서치랩 연구위원

PGS는 내비게이션, 전방 레이더 센서, 카메라 센서 등을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방의 가·감속 상황을 예측한다. 내비게이션과 센서 데이터를 TCU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현대가그룹은 디코딩 변환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다. 미리 최적의 기어단으로 변속이 가능해지면서 운전자는 주행 품질은 물론, 연료 효율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불필요한 변속이 줄면 변속기와 제동 계통 부품 내구성도 향상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과거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를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로 기울기 정보 등을 담은 3차원 내비게이션이 등장하면서 파워트레인과 연동해 효과적 변속이 가능하게 됐다. 카메라와 레이더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구현에 필요한 센서 기술 발달도 영향을 줬다.

기아는 운전자가 드라이브 모드를 '스마트'로 설정할 경우 PGS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했다.

커브길 진입 시에는 커브길 진입 전 도로 곡률과 연계해 자동 엔진 브레이크를 활성화한다. 내리막길에서도 타력 주행 시 차량 속도 유지를 위해 엔진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걸어준다.

전방 차량과 가까워지거나 과속 카메라 통과 전에도 사용자가 효과적으로 감속할 수 있도록 엔진 브레이크로 돕는다. 과속 방지턱도 감지해 통과 전 기어를 낮춘다.

고속도로 합류 시에는 일시적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꿔 빠른 가속에 이은 합류가 가능하도록 한다. 직전 차가 우선이 되는 곳으로 저속으로 합류할 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전방 상황을 예측해 변속하지만, 운전자가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엔 PGS 기능을 비활성화되록 해 위화감이 없도록 했다. 패들시프트를 활용해 운전자가 직접 변속할 경우에도 PSG 기능이 즉시 해제된다.

향후에는 차량이 교통인프라와 정보를 주고 받는 '자동차 대 인프라(V2I)' 통신까지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부와 데이터 통신을 주고 받아야 하는 만큼 강력한 사이버 보안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신 도로 정보도 필수적이기에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OTA)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향후 PGS 기술은 이제 열리기 시작한 전동화 시대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전비 효율 개선과 모터 크기를 줄이기 위해 변속기를 사용하는 차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