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총장들이 학령인구 급감과 경쟁위주 진단평가, 과세 증가로 대학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2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대학 스스로도 경쟁보다는 협력과 공유를 통해 고등교육 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인철)는 1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전국 199개 회원대학 중 132개 대학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초저출산 시대 대학의 도전과 응전'을 주제로 하계 대학총장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학총장들은 대학이 당면한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대교협은 지난 달 전국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했다. 한줄 세우기 평가 방식이 대학간 협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주로 나왔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유지충원율 기반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데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각 대학마다 입장과 특성이 다른데 획일적인 기준으로 접근하고 있어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이 100%여서, 결국 재학생 충원율만으로 감축을 해야 하는데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4대 요건(교지·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에 따라 편입생 규모가 달라지는 점과 재학생 신분을 잡아두기 위한 각종 문제점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학기 대면수업 확대와 교육 질 개선을 위한 방법도 논의했다. 대교협은 지난 1년 6개월 간 대학 구성원과 학생·학부모의 협력으로 중단 없는 교육을 해왔고 K-에듀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1·2학년 학생에게는 학업성취 및 자기계발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키고, 졸업생에게는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의 일상 회복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가 됐다면서 2학기부터 점진적으로 대면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학기 활동 계획 공유와 함께 대학 생태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
김인철 회장은 “학령인구 급감, 등록금 동결, 지방세 등 과세 증가, 4대 요건(교지·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 규제, 경쟁 위주의 진단평가 등으로 대학의 생존과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대학은 전문대를 포함해 4만586명의 정원이 미달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주로 지방대에서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다. 문제는 앞으로 정원 미달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2011년부터 등록금도 동결된 상태여서 대학들은 등록금·수업료 결손액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1조6702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부터는 사립대학들이 지방세를 내야할 처지에 처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의 비과세 일몰 규정 때문이다. 일몰 연장이 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매년 5000억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 대폭 확대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 위기인 점을 강조하고 교육부와 정부에 △2022년 대학혁신지원사업비 2조원 수준으로 확대 △고등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재정 지원의 대폭적 확대와 안정적 지원 △3주기 대학진단평가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모든 참여대학에 혁신지원사업비 교부 △용도 제한을 폐지해 완전 일반지원사업비로 전환을 요청한 상태다.
김 회장은 “대학도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학생과 대학 구성원들과 국가·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면서 “대학이 경쟁보다는 협업과 공유의 전열을 가다듬고, 고등교육 생태계의 건전한 유지 발전을 위해 각각 책임과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MZ세대의 이해와 대학교육(홍효정 교수, 한국해양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 개선 방안(박인우 교수, 고려대) 등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고등교육 방향을 논의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대학정책 종합토론에서는 정종철 교육부 차관 등이 참석해 대학총장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대학총장들은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등 위기를 넘어 미래교육 준비를 위한 대학 공동노력 결의문'을 채택하고,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한다. 결의문에는 고등교육 재정확충, 대학교육 정상화, 대학(대교협)-교육부 간 협의체 구축이 담겼다.
부산=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