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에 주차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모빌리티 플랫폼사와 주차설비업계 간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김호정 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 중심의 플랫폼사와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주차설비업계가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장은 “플랫폼사의 시장 진출 이후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가 빈발해지면서 설비는 물론 소프트웨어 품질 저하로 주차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주차설비업체 다래파크텍 대표다. 올해 초 11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1986년 다래파크텍 전신인 다래통상을 설립하면서 업계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독일 유학 시절 접한 무인주차정산시스템을 보고 회사를 세워 수입 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연구개발(R&D)에도 힘썼다. 주차설비 국산화는 물론 2007년 세계 최초로 차량번호 자동인식기(LPR)를 상용화했고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을 확산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건설교통부 장관 표창과 2015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일부 업체가 주차설비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면서 업계가 혼탁해졌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플랫폼사는 브랜드 신뢰도를 무기로 주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일부는 비용 부담을 주차설비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며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도 독점하려고 하면서 주차설비업체는 빈껍데기만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사가 우회적으로 주차설비업계에 진입하거나 플랫폼 종속성을 무기로 중소기업에 저가 출혈 납품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R&D 투자 여력이 없어질 경우 품질이 낮아지고 결국 고객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플랫폼사와 주차설비업체 역할을 명확히 정하고 협력해 상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목적지 인근의 주차장으로 운전자를 연결하는 건 수백, 수천만 가입자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보유한 플랫폼사가 더 잘하는 일”이라며 “전국 주차장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프로모션 등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일도 일개 주차 설비 업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정적 품질의 설비를 공급하고 현장 요구사항에 대응해 유지보수하는 건 주차설비업체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차설비 산업은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설비업체들도 차세대 주차 서비스 설비와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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