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눈으로 보는 소리의 울림... '미드나이트'

영화 미드나이트
영화 미드나이트

두 얼굴을 지닌 연쇄살인마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가간다. 거침없는 발걸음에 인기척을 느낄만하건만 앞에 선 목표는 여전히 눈치를 채지 못한다. 거슬리는 마찰음과 문이 열리는 소리도, 신발이 바닥에 끌리는 발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 기색이다.

영화 미드나이트의 주인공 경미(진기주)는 선천적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다. 귀가 중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를 도우려다 연쇄살인마의 목표가 된다.

경미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리는 시각 정보로 변환될 때만 의미를 갖는다. 소리를 감지해 불이 켜지는 무드 등과 주변 소음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시벨 측정기 등을 집안 곳곳에 설치해 불편을 최소화한다. 이를 활용해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눈으로 '본' 경미는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파동이다. 소리를 감지하는 센서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한다. 매질의 진동 변화가 진동판에 전달되고 자석의 자기장이 코일 내에서 변화, 전자기 유도 현상으로 전류가 흐르는 원리다.

영화에서와 같이 소리 센서가 탑재된 도구는 실제 청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선보인 '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 주행 지원 시스템(ATC)'은 시각에 의존해 운전할 수밖에 없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차량 내·외부의 모든 소리 정보를 시각·촉각화해 전달한다.

자동차 외부에 붙은 오디오 센서로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소리를 인식, 헤드업 디스플레이에(HUD)에 픽토그램을 띄우고 운전대의 LED 불빛으로 표시한다. 자동차 경적 소리나 구급차 사이렌 소리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청각장애인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구글이 제공하는 머신러닝 음성 텍스트 변환 앱 '음성 자막 변환 및 소리 알림(Live Transcribe)'도 청각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개발됐다. 대화를 실시간 자막으로 변환해 일상생활 속 청각장애인 의사소통을 돕고 개 짖는 소리나 바람 소리, 박수 소리 등 사운드 이벤트를 구분해 문자로 표현해 준다.

애플 역시 애플워치 시리즈4부터 소리센서를 탑재, 주변 소음 수준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소음 앱'을 지원하고 있다. 평균 소리 수준이 사용자가 선택한 데시벨 임곗값에 도달하거나 넘어서면 알림을 표시, 과도한 소음 환경이 청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경고한다.

소리 변화를 인식해 침입자나 화재 발생을 감지하는 보안 기술도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연구소기업 시큐웍스가 개발한 음장센서는 특정 공간의 음파 변화를 감지, 사각지대 없는 보안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

미드나이트를 보는 관객은 경미의 입장에서 음소거가 된 것과 같은 세상이 주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장애로 인해 겪는 불편과 사회로부터의 단절을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