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구도로 개편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공격적으로 정보기술(IT) 전문인력 확보 전쟁을 시작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보조 역할에만 그쳐 있던 IT 인력이 비대면 디지털 채널이 뜨면서 업무 핵심 그룹으로 떠올랐다.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9월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는 디지털에 특화한 '거물급' 사외이사 영입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기술력을 앞세운 토스뱅크는 IT 이해도가 높은 사외이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4일 “이달 열릴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면서 “빅샷 영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토스뱅크는 기존 금융사에서 업무집행 책임자를 끌어오기도 했다. 지난달 양수지 전 에이비엘생명보험 준법감시인과 최승락 전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 글로벌 매니저가 업무집행 책임자로 선임됐다. 양 책임자는 준법감시인, 최 책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CCO) 업무를 각각 맡았다.
이달에는 개발자를 대거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 분야는 기술 분야의 제품기획과 디자인, 엔지니어링, 보안·인프라, 코어뱅킹, 데이터 등이다.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에 이르는 연봉 등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했다. 또 토스뱅크는 출범 전 입사자에게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이직에 따른 보너스(사이닝 보너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도 공격적으로 전문인력 확보에 들어가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뱅크 임직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023명으로, 지난 2017년 7월 출범 당시 300여명에서 4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했다. 전체 임직원 가운데 약 40%는 IT 전문인력이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부터 경력 개발자를 공개채용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과 수평문화에 힘입어 매년 많은 개발자가 몰리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3년 동안 500억원 규모 투자를 한다”면서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IT 전문 인력의 다양한 직무 분야 인력을 꾸준히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당국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권의 금융통을 사외이사로 들였다. 3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오평섭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최수열 현 삼도회계법인 파트너 등을 새로 영입했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IT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자 시중은행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기존 은행 입장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IT 인력 확보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다만 기존 은행은 IT 인력의 대거 채용 및 관련 조직의 신설 등에 한계가 있다. 그 대신 외부 인력 영입에 적극 나섰다. 박기은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4월 KB국민은행에 합류, 테크기술본부 전무를 맡았다. 신한은행은 혁신 가속화를 위해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어 나갈 리더로 영입했다. 또 김민수 삼성SDS AI선행연구랩장을 데려와 신한은행 통합AI센터를 맡겼다. 삼성SDS 출신인 이상래 NH농협은행 부행장은 지난해 7월부터 은행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디지털리테일그룹 미래금융본부에 부행장직을 신설하고 이커머스 전문가인 김소정 전 딜리버리히어로 본부장을 선임했다.
<금융권 IT인력 채용 및 계획 현황>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