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공식 출범한 가상자산가치평가원(초대 원장 박재경)이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 10여종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놓는다. 민간 비영리단체가 가상자산을 평가해 보고서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국내에서 최초다. 국내 가상자산 평가를 민간 공시기업 '쟁글'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보고서 발간 취지다.
4일 박재경 가상자산가치평가원장은 “이달 중 창간호 발간을 통해 아하(AHA), 피카(PICA) 등 국내 프로젝트 중 무작위로 선정한 10여개 코인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보고서가 실린 창간호는 전체 가상자산거래소와 기업에 공개하고 정부 기관 및 국회에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가치평가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출범한 비영리단체다. 기존 민간 가상자산 평가가 정확한 지표 없이 형식적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평가는 국내 교수들의 '재능 기부' 형식으로 진행된다. 출범 이후 참여하려는 교수들이 늘어나면서 현재 약 60여명이 평가위원으로 등록했다. 박재경 한국폴리텍대학 정보보안과 교수, 김효관 한국폴리텍대학 스마트금융과 교수, 최상용 영남이공대 사이버보안과 교수 등이 참여하며 창간호에는 참여 교수 명단(익명 요구한 일부 제외)이 공개될 예정이다.
가평원은 올해 평가비를 받지 않고 공신력 확보에만 전념한다. 상업적 요소를 배제한 대신 보다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평가는 △개요(가상화폐 개발 목적 및 배경 등) △문제점 해결 방안 △추진전략 △기술 확보 △사업관리 △현실성 △발전가능성 등 항목을 평가해 10점 만점으로 합산한다. 평가 기준 중 생태계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계획 등을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가치 평가 공정성을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프로젝트 평가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이해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보안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가평원은 매달 약 4~5개 프로젝트를 평가한 보고서를 연말까지 정기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창간호에서 평가받은 프로젝트 상당수는 5점 이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보고서 발간 이전에 해당 프로젝트 운영사 측에 평가보고서를 전달하고, 피드백 및 이의제기를 수용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요식업계 '미슐랭'과 같은 평가 기준을 가상자산에도 도입한다는 개념이며, 평가 보고서 발간을 기점으로 실제 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발표된 평가 내용에 대해 많은 질책이 있을 수 있지만 냉정하게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