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ESG 확산으로 다시 불붙는 中企 적합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가정용 세탁업(셀프빨래방), 대리운전업 분야 중소기업 단체가 대기업 진입을 반대하며 적합업종을 신규 신청했다. 과거 동종업계에서 대-중소기업 간 벌어지던 갈등과 달리 플랫폼 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견제가 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셀프빨래방과 대리운전업 단체가 동반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규 신청했다. 이보다 앞서 인조대리석 가공업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 신청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업, 보안시스템 무인경비업종 등에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동반위에서는 5~6개 업종에서 추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산업 전반에 걸친 경쟁력 제고는 방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곤 했다. 적합업종 상당수는 상생협약으로 전환됐다. 소상공인 생계와 밀접한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생계형 적합업종을 선별 지정하는 방향으로 정책 흐름이 변화했다.

적합업종 권고가 유지되는 업종은 △계란도매업 △자동차단기대여 서비스업 △사료용 유지 △문구소매업 △고소작업대 임대업 등 5개다. 이미 61개 업종의 적합업종이 해제됐고, 54개 업종은 상생협약으로 전환됐다. 애완동물 관련 용품 소매업은 시장감시 업종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규 적합업종 권고가 나온 것은 지난 2019년 자동차단기대여 서비스업이 마지막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은 최근 '온·오프라인 연계'(O2O) 분야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이 시장에 뛰어든 영향이 크다. 대리운전업은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이 계기로 작용했다. 2016년 카카오가 처음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던 당시에도 반발이 있었지만 적합업종 신청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티맵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리운전업계 판도가 크게 변동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셀프빨래방도 마찬가지다. 위니아에이드, 이마트24, GS리테일 등이 최근 몇 년 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히 동종 업종 경쟁이 아니라 편의점 등 타 업종과 융합하는 방식으로 경쟁이 이뤄진다. 인조대리석 가공업 역시 최근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자 부엌가구업체뿐만 아니라 건자재업체 등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적합업종을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4일 “단순히 대기업만 걱정하면 되는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까지 시장에서 영세업자를 위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플랫폼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려는 것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환경 분야 역시 적합업종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에 따라 대기업의 재활용 시장 진출 의지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업뿐만 아니라 고철, 건설폐기물 분야 등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은 “과거 적합업종이 동일 업종 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단순히 경쟁하는 양상이었다면 최근 적합업종 신청은 이업종 간 융합에 따른 갈등, 소비자 후생을 중심으로 논의가 불거지는 경향”이라면서 “당장 적합업종 권고 여부를 넘어 신-구 산업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O2O, ESG 확산으로 다시 불붙는 中企 적합업종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