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이 창립 60주년을 맞는 오는 8월 15일에 맞춰 그룹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카드 간편결제 서비스 'NH페이'를 정식 선보이며 빅테크 중심 간편결제 시장에서 새롭게 주도권 탈환에 나선다. 농협을 필두로 국민·우리·하나금융도 줄줄이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금융사와 빅테크 간 간편결제 플랫폼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농협카드 주관으로 그룹 통합 간편결제 브랜드를 'NH페이'로 확정했다. <본지 3월 30일자 19면 참조>
기존 농협카드가 서비스하고 있는 '올원페이' 기능을 확대, 범농협 계열사 계좌 기반 간편결제인 NH페이로 새롭게 선보이기로 했다.
정식 서비스는 농협그룹 창립 60주년인 8월 15일이 공휴일인만큼 8월 12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NH페이를 개발하고 있는 농협카드는 8월 12일까지 NH페이 앱 개발을 마무리하고 농협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사전 마케팅에 들어갈 계획이다. 2030세대를 겨냥한 농협 홍보 모델인 배우 강하늘과 한소희가 NH페이 알리기에 나선다.
NH페이는 우선 농협은행 계좌, 농축협 계좌와 연계해 간편결제서비스를 시작한다. 농협은행의 경우 은행 계좌와 NH페이를 연동하면 결제금액이 계좌에서 정산되는 구조다. 농협 계열사의 여러 앱에서 NH페이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앱 인프라도 개편한다.
농협은 이후 NH투자증권 등 농협 계열사 계좌 기반 서비스와 연동한 NH페이 서비스를 순차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각 금융계열사 특성에 맞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특히 특수 금융 인프라를 대거 보유한 농협이 자체 간편결제를 출시함에 따라 전통 금융과 빅테크가 지불결제 시장에서 제대로 맞붙는 전초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이 보유한 파급력 때문이다. 농협은 하나로마트 등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농업 관련 전국의 지방 산간 지역에서 월등한 금융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증권·보험·카드 등 또 다른 금융 영역에서 전통 금융사와 차별화하는 DNA를 보유했다. 다른 전통 금융사가 보유하지 못한 이종 인프라를 갖고 있어 NH페이가 전 계열사로 확대될 경우 더 빠르게, 더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간편결제 플랫폼 차별화를 위해 대형 프렌차이즈와도 물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수의 대형 프렌차이즈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출 때 농협페이를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럴 경우 NH페이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반 결제뿐만 아니라 기업간거래(B2B) 형태로도 프랜차이즈가 자체 페이를 구축하는 데 농협 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농협이 그룹 통합 페이먼트 서비스를 상용화함에 따라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간편결제 시장을 둘러싼 빅테크와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후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가 법제화되면 빅테크가 은행처럼 별도의 결제계좌를 갖고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만큼 금융사는 자사 브랜드 간편결제 저변을 최대한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 숙제다.
농협 외에도 KB금융은 오는 11월을 목표로 통합 'KB페이'를 개발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11월을 목표로 통합 '하나원큐페이'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부터 그룹 통합결제 '우리페이' 개발에 들어갔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그룹 통합 '신한 페이'를 선보였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검색, 메신저 등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사용자와의 친밀도를 높였다. 여기에 쇼핑 기능을 더하면서 구매·포인트충전 등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 기존 금융고객을 포섭하며 금융사에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로 빅테크 간편결제 이용은 급증하는 반면 실물카드 사용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결제가 증가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팔라졌다.
한국은행의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결제 건수와 금액은 전년 대비 각각 3.5% 및 0.3% 감소했다. 체크카드 이용 건수는 4.0% 감소, 이용금액은 1.5% 증가했다. 반면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일부 대형업체에 편중돼 크게 증가했다. 전체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이용금액 상위 3개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55.7%에서 2020년 65.3%로 증가, 빅테크 쏠림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