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과기 통신방식 논쟁에 교통분야 디지털 뉴딜 차질

수년째 공회전 웨이브 vs C-V2X 또 반복
공동연구반 운영해 평행선만, 또 공동연구반 운영할까
해외 C-ITS 시장 확대 동안 우리는 통신방식 논란 반복
교통안전과 자율주행 기술 발전 저해 우려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한 통신 방식 논란으로 결국 교통분야 대표 디지털 뉴딜 사업인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까지 중단됐다. 비교·실증 후 추진이라고 했지만 지난 2년동안 공동연구반까지 운영해도 평행선을 달렸던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몇년동안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6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디지털 뉴딜 계획을 통해 발표했던 내년 고속도로·국도 C-ITS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는다.

C-ITS는 차량과 차량(V2V), 차량과 인프라(V2I) 등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교통사고 위험을 낮추고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다. 2014년부터 시범사업과 실증사업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발표한 디지털 뉴딜 일정대로 내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말까지 발주와 입찰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어떤 통신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국토부는 먼저 상용화된 와이파이 방식의 웨이브(DSRC) 통신으로 C-ITS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자는 입장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기술의 우위를 강조하면서 셀룰러기반차량사물통신(C-V2X) 상용화를 기다려 투자하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은 이미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2019년에는 공동연구반까지 꾸린 바 있다.

과기정통부와 국토부는 2019년 11월부터 범정부 V2X 공동연구반을 출범하고 C-ITS 기술분과회의를 구성해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웨이브와 C-V2X 기술방식을 논의했다. 2년동안 공동연구반을 운영하다 지난 해 12월 말에는 두 부처 차관이 만나 매듭을 짓고자 했으나 양측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논란과 별개로 청와대는 C-ITS 교통안전도를 높이고 자율주행차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디지털뉴딜 사업을 통해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 사업 주최인 국토부는 디지털 뉴딜 일정에 따라 웨이브로 먼저 구축한 후 C-V2X가 상용화되면 추가하거나 교체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발주를 준비했다.

미국 FCC의 C-V2X 단일안 채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비교 실증 후 단일안 채택 방침을 정하면서 채택 전 서비스는 어렵게 됐다. 유럽은 웨이브 기반으로, 미국은 C-V2X 단일안을 채택하고 2년동안 웨이브를 전환하거나 철거하는 유예 기간을 뒀다. 우리나라는 비교·실증만 하는 기간 동안 해외에서는 C-ITS 확대에 나서는 셈이다. 디지털뉴딜 사업으로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려했으나, 오히려 해외보다도 늦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번 기재부의 방침에 따라 두 부처는 공동연구반 재구성을 고민 중이다. 웨이브와 C-V2X 비교·실증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5G-V2X 상용화까지 공회전만 반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사업이 중단된 국토교통부나 웨이브 기반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인 과기정통부나 공동연구반에 의지를 보이지는 않는다. 기재부 방침이 결정된 지 2주가 다 되도록 실제로 공동운영반 관련 협의조차 진행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C-ITS 사업의 장기 표류 가능성마저 제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공동연구반을 포함, 부처간 협의 중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C-ITS 사업 참여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가 유지되도록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신을 제외한 시설물 발주만 진행하는 안을 포함해 뉴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실증 방식은 과기부와 논의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