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은 다양한 제품과 산업에 응용, 적용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향상에 탄소나노튜브가 활용되고 있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나노 기술 없이는 제조가 힘들다. 나노기술이 범용기술, 기반기술로 불리는 이유다. 나노코리아 2021에서는 산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혁신적 기술들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대표적인 곳이 내일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차세대 나노 신소재로 꼽히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를 선보였다. BNNT는 1000도에서 타지 않는 내열성을 갖추면서 내화학성, 절연성이 우수하다. 탄소나노튜브(CNT)를 능가하는 물성을 갖춰 미래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신소재로 주목받는다. BNNT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로 내일테크놀로지가 대량 생산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BNNT는 내열성, 내화학성, 절연성이 뛰어나 전기전자 분야 방열, 전기차, 우주, 국방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전고체 전지에서 이온전도도를 높이는 데 효과를 발휘해 차세대 배터리 분야 활용이 주목된다. 김재우 내일테크놀로지 대표는 “전고체 전지와의 접목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BNNT를 활용한 제품도 일본과 영국에서 상용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먼 거리에서도 물체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텔레햅틱' 기술을 선보였다. 압력을 전기로 변환하는 '압전소자'를 이용한 텔레햅틱은 최대 15m 떨어진 원거리에서도 금속, 플라스틱, 고무 등 재료마다 서로 다른 촉감을 느끼게 한다. 재질이 단단한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등을 느낄 수 있다. 원격에서 사물의 촉·질감을 느끼기 위한 촉각 센서, 수집된 촉각 정보를 같은 감각으로 복제해낼 수 있는 액추에이터, 데이터 신호를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사용됐다. ETRI 관계자는 “텔레햅틱 기술을 활용하면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며 “메타버스 시대 적합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마스크가 필요 없는 노광(리소그래피) 장비를 출품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 회사로 익숙하지만 생산기술원에서 산업용 장비를 만들고 있다. 마스크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서 회로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소재다. 단 마스크는 크기에 한계가 있었다. LG전자는 광변조기 일종인 DMD로 기존 마스크 역할을 대체해 크기 제약을 해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장비로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