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전자 약 3만개 중 기능이 규명된 유전자는 1만개도 되지 않습니다. 이제 바이오인포매틱스(BI)를 넘어 인공지능(AI) 분석 시대가 온 만큼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데 유전자 분석 데이터가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012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유전자 분석 업체 메디젠휴먼케어 신동직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약 60만명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을 열고 신약 개발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대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뒤 가톨릭대 의대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을 거쳐 메디젠휴먼케어를 창업했다. 메디젠휴먼케어는 개인 유전체 검사를 통해 질병 위험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이다. 유전적 위험을 파악하고 환경 요소, 생활습관, 식습관 등 건강관리 솔루션도 제공한다.
2014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이후 누적 검사 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AI, 피부미용, 건강기능식품, 헬스케어, 제약 등 다양한 분야 기업과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신 대표는 “예를 들어 기면증 등 수면장애 유전자를 분석해서 위험 운전자를 모니터링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이나 밀키트 회사와 연계해 질환 발생을 막고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맞춤형 건강식을 제공할 수도 있다”면서 “국내외 제약사와 협업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과 라이선스 아웃을 통한 수익 창출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업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는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규제가 획기적으로 완화되면 시장 활성화를 통한 데이터 구축이 용이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신 대표는 “해외 많은 국가가 유전자 검사의 문턱을 낮춰 선진국에서는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완재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는 대체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유전자 분석 기술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시장 발달 속도는 더딘데 국내 업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고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하면 해외 시장 진출도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은 혜택을 받은 만큼 데이터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같은 보건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데이터 확보와 분석을 통해 준비하고 있으면 좀 더 빨리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젠휴먼케어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덕분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계 2위 기업 살림그룹 자회사인 보험사 인도라이프와 합작법인(JV) 설립 허가를 받아 유전자 분석 기술과 보험업을 연계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사가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된 분야다.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도 사업을 펼친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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