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는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 상용화를 놓고 전통 은행과 핀테크 업계가 또다시 맞붙었다. 과거 오픈뱅킹 서비스 주도권을 놓고 샅바다툼을 하던 상황과 유사하다.
특히 은행은 대환대출이 또다시 핀테크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며 플랫폼 종속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은행 공동으로 자체 대환대출 플랫폼을 저울질하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이를 백지화했다.
대환대출 공동 플랫폼이 운영되면 더 저렴한 금리로 많은 이용자가 채무를 관리할 수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시대에 비대면 기반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양측 이견에 따라 소비자를 볼모로 주도권 다툼만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 당국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지만 민간 사업자 간 갈등까지 정부가 나서서 제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환대출이 플랫폼화되면 취약계층과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 사회 초년생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두 진영은 주도권 다툼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하다.
기업 입장에서야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게 최선이지만 대환대출은 공익 성격이 강하다.
업권 간 수수료 다툼이나 카르텔을 형성해서 이전투구할 때가 아니다.
1681년에 멸종된 도도새가 있다. 인도양 모리셔스섬에서 서식한 새다. 이 섬에 도도새의 천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도도새는 하늘을 날며 먹잇감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날개는 퇴화했고,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 새는 멸종했다. 도도의 뜻은 포르투칼어로 어리석다란 뜻이다.
적자생존의 자연 환경에서 다른 생명체에 비해 진화가 더딘 생명체는 결국 멸종한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업권 간 갈등은 공멸할 뿐이다.
오히려 이번 갈등을 봉합하며 전통 금융과 핀테크 업계 간 반목을 씻어 내는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한 곳은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었다. 시장 수요를 파악해 최초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결국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막대한 성공은 애플이 가져갔다. 고객을 먼저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