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판로 개척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도출했다.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현대HCN과 개별SO 등 케이블TV 11개 사업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지역채널에서 총 275회 220시간 지역 농·수산물과 특산물 등 20여종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정부·지방자치단체 주관 소비촉진행사 중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정하는 행사에 한해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2년간 허용하는 실증특례 적용을 결정했다.
케이블TV는 지자체 추천을 받아 연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 산지직송 제철 특산품을 중심으로 커머스 방송을 선보였다.
지자체와 소상공인은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으로 지역 우수 상품을 다른 지역에 판매했고, 지역 소상공인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됐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라고 평가했다.
◇지역채널 커머스 '의미·판로' 다잡아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시장 축소·관광객 감소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지역 소상공인의 비대면 판로 대안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역 소상공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전통시장 등 대면 채널을 통한 매출 감소로 새로운 판로 개척이 절실했다. 그러나 홈쇼핑이나 이커머스 등 기존 유통채널은 높은 수수료 등으로 소상공인에 진입장벽이 높다.
케이블TV 사업자는 권역별로 지역 생산자를 만나 판매 상품을 구성했다. 커머스 방송에 따른 광고비와 수수료는 '제로'였다.
그 결과 소상공인은 강원도 원주 감자, 전라남도 완도 전복, 충청북도 옥천 옥수수 등 지역 특산품을 케이블TV 지역채널에서 홍보하고 시청자는 신선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안방에서 확인·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5일 원주 감자 커머스 방송에 참여한 생산자 홍명순 씨는 “하루 출하 가능한 물량을 방송 기간동안 계속 완판했다”며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산물에 숨겨진 이야기도 조명하는 기회가 됐다. 현대HCN은 커머스 방송 관련 지역 소상공인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다뤘고, LG헬로비전은 원주 수미감자 커머스 방송에서 '빼어난 맛'이라는 이름 소개와 원주가 해당 품종을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지역이라는 정보를 제공했다.
또 애매한 상품가치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특산품 판로도 개척했다. 9일 완도 전복 커머스 방송에서는 어민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전복 중소 사이즈를 판매, 상생 의미를 강화했다.
코로나19로 중지된 지역축제 역할도 대신했다. 충청남도 서산시는 매년 6~7월 지역 특산품 6쪽마늘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년째 축제를 열지 못해 지역 농가 홍보와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채널 커머스가 서산 6쪽마늘 비대면 판로를 개척했다.
◇커머스 방송과 연계 프로그램 '눈길'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과 연계한 특별 편성·제작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LG헬로비전은 '팔도밥상 플러스'와 커머스 방송을 연계했다. 스타 셰프가 출연해 지역 특산물로 요리를 선보였다.
현대HCN은 권역별 지자체와 공공기관 지원 활동 등을 다큐멘터리, 비하인드 스토리 형태로 제작해 진정성 있게 전달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도 케이블TV 커머스 방송에 출연,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고 판매해 주목을 받았다. 임 장관은 “케이블TV가 처음 마련한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으로 지역 소상공인과 농어민이 힘을 얻어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한 지역 농가 지원 효과 확대 노력도 나타났다. LG헬로비전은 원주 감자 커머스 판매 수량만큼 감자를 추가로 구매, '마음나눔 꾸러미'를 구성해 원주지역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역 농·어민과 소상공인은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이 판매 이외에 '2차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TV에서 입소문 탄 상품'으로 알릴 수 있게 되고 소상공인은 방송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판매량을 장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은정 LG헬로비전 미디어사업단장(상무)은 “케이블TV가 지자체·생산자와 밀착 소통해 상품과 스토리를 발굴하고, 전국 케이블TV 시청자에게 알림으로써 다른 미디어 사업자와 차별화되는 지역채널 가치를 증명했다”며 “커머스 방송을 통해 지역사회 소상공인과 농어민이 겪는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지역 맞춤형 커머스 채널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밀착형 커머스 창구로
케이블TV는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이 골목상권 우수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영세상공인을 위한 지역 밀착형 커머스 창구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지역 상품 구매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케이블TV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커머스 방송 화면 QR코드를 스캔하면 구매 웹페이지로 즉시 연결되도록 해 시청자가 간편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케이블TV는 지역채널 역할 확대와 공공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소상공인과 협력해 자체 제작 방송 편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은 케이블TV가 방송 지역성과 공익성 실현을 위해 다시 뭉치는 구심점이 됐다”며 “앞으로도 케이블TV는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지역 단위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지자체 연계 커머스 방송 지속
케이블TV는 정부와 지자체 행사와 연계한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지속할 계획이다. 케이블TV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 가을철 지자체 행사와 연계한 커머스 방송을 추진한다.
LG헬로비전은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현장형 라이브 커머스'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케이블TV 권역을 거점으로 지역 특산물 축제 현장을 방문해 방송을 진행하는 등 생동감 있는 커머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형남 현대HCN 보도제작본부장은 “지속 가능성 확보에 중심을 두고 지자체 연계와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안정적 판로 제공으로 지역 상권이 자생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지역별 특성을 살린 맞춤형 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소 케이블TV인 개별SO도 지역채널 커머스 추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부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경방송은 임혜숙 장관이 참여한 완도 전복 커머스 현장을 벤치마킹 차원에서 방문했다.
윤순혜 서경방송 방송기획팀장은 “지역채널 커머스가 개별SO와 지역을 잇는 상생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남 서부지역 특산품 생산자와 농·수·축산물을 활용해 만든 가공품을 취급하는 지역사업단 등과 협력해 커머스 방송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