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교육에도 '메타버스' 접목…비대면 시대 주목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가 의료 분야에도 접목되고 있다. 기존 환자 대상 대면 방식 실습에 한계에 부딪힌 의료 교육 분야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대 의과대학은 지난달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 교과에 메타버스 개념을 접목한 실습교육을 도입했다. 국내 의대 커리큘럼에 처음으로 메타버스를 구현한 사례다.

교과 과정에는 의료영상을 3D로 구현하고 가상현실(VR)을 통해 인체 내부를 분석하는 해부학 콘텐츠 활용 실습 등이 포함됐다. 서울대병원 스핀오프 스타트업인 메디컬아이피가 인공지능(AI) 의료영상 3차원 분석 기술과 해부학 VR·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구현했다. 경제·윤리 한계를 지닌 카데바(해부실습용 시신) 실습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13일 “3D 모델링 기술과 VR 연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의대생 대상 의학 교육, 의료진 대상 수술 계획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향후 모든 개별 환자의 의료 데이터가 메타버스에서 구현돼 신체적 무리 없이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수술 시뮬레이션, 맞춤형 치료 등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의 메타버스 적용 수업 모습 (사진=메디컬아이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의 메타버스 적용 수업 모습 (사진=메디컬아이피)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5월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가상 강의실에서 수술 기법 강의를 받는 메타버스 수술실을 선보였다. 참석자들은 본인의 아바타를 설정한 후 가상 강의실에 입장해 폐암수술 기법 강의를 수강하고 수술 과정을 참관했다. 수술은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에서 360도 8K 3D 카메라를 통해 중계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 5월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수술실 모습. 아바타 형태 참석자가 가상 강의실에 입장해 수술을 지켜보며 토의 중이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 5월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수술실 모습. 아바타 형태 참석자가 가상 강의실에 입장해 수술을 지켜보며 토의 중이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관련 기업도 속속 등장한다. 서지컬마인드는 의사가 VR를 통해 각종 수술법과 술기를 훈련할 수 있는 수술 시뮬레이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백내장 수술 훈련 시뮬레이터가 주요 서비스다. 뉴베이스는 게임 형식의 3D 의료 시뮬레이션 '뷰라보'를 의료 교육용으로 공급한다. 의료 데이터를 3D 환자 캐릭터로 가상화하고 교육 시나리오에 따라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이 의료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의료 현장에서 메타버스는 실습이 중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감염이나 의료 사고 위험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환자 권익이 향상되면서 실습 기회가 제한되고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실습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교육 수단으로 필요성이 커졌다.

외과 분야의 경우 일반 화상 시스템으로는 효과적인 수술 교육이 어려운 만큼 향후 수술실 공간을 메타버스로 구현하고 손기술을 정교하게 트랙킹할 수 있는 액세서리와 하드웨어 기술 개발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진료, 건강관리, 디지털 치료제 임상 등을 할 수 있는 '가상의 종합병원'으로 의료 메타버스가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실습 기회가 많지 않은 경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메타버스 교육 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표준과 평가도구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