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사설 수리업체를 지원하는 '개별 수리 제공 프로그램'(IRP) 도입을 발표한 이후 3개월이 지났음에도 선정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사설 수리업체는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영업 정보를 담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IRP는 애플이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나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AASP)가 아닌 사설 아이폰 수리업체에도 정품 부품과 장비를 제공하고 애플 기기에 대한 보증 이외 수리 관련 정품 부품, 공구, 수리 매뉴얼 등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애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수리업체 검색 목록에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사설수리업체는 한 곳도 등록되지 않았다. 현재 유베이스, 위니아에이드, 투바(TUVA) 등 기존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사설수리업체 관계자는 13일 “그동안 사설수리업체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 등 압박을 가하던 애플이 IRP 도입으로 국내에서 상생을 실천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업체 주소와 규모, 인력 현황 등 민감한 정보만 받아 간 채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전달한 자료가 업체 선정뿐만 아니라 기존 애플 저작권 관련 단속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사설 수리업체가 매장 외관과 내부 사진 등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하자 애플이 로고·이미지 사용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애플은 국내 사설수리업체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파상 제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압박하는 활동으로 논란을 유발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IRP 도입이 성사됐지만 법적 대응에는 이전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 3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40여개 국가로 IRP 확대 적용을 발표하고, 국내 사설수리업체 대상으로 참여를 접수했다.
당시 애플은 프로그램 참여 업체에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AASP와 동일한 비용에 부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경기권은 물론 공식 서비스센터 방문이 어려운 대부분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설수리 업체 상당수가 프로그램 참여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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