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힌 '자율주행 배달로봇'…글로벌 경쟁 도태 우려

실내 아닌 건물 밖·야외공원 운행 불가
카메라 기반…개인정보보호법 걸림돌
2030년 전체 배송물량 20% 차지 전망
美·日 관련법 속도…韓 상용화 더뎌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모습. LG전자는 올해 말부터 실내외 통합배송로봇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출처:LG전자)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모습. LG전자는 올해 말부터 실내외 통합배송로봇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출처:LG전자)

자율주행 배송로봇 개발이 줄을 잇고 있지만 여러 낡은 규제로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로봇이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불법인 데다 관련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자율주행' 로봇 시대에 맞춰 선제적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뉴빌리티·로보티즈 등 스타트업을 비롯해 LG전자, KT, SKT 등 대기업까지 자율주행 배달로봇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올해 시범 운행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음식점이나 공항 등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 서비스하는 로봇은 나오고 있다.

관련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배달로봇의 전체 배송물량 처리 비중은 20%를 차지하고 시장 규모는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물류로봇 상용화는 빨라지고 있다.

시장 개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규제 지뢰밭'이다. 우선 도로교통법상 로봇이 실내가 아닌 밖으로 나오는 것이 불법이다. 또한 배달로봇은 카메라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이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불법이다. 로봇은 또 야외 공원으로도 이동할 수 없다. 공원녹지법에 의해 자율주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의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려면 여의도공원을 가로질러야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은 공원에 들어갈 수가 없다.

생활물류법에 따르면 물건 배송은 오토바이와 자동차로만 할 수 있고, 사람만이 물류 운송을 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로봇을 통한 배달은 규제 대상이다.

관련 업체들은 우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특정 지역에 한해서라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 힘쓰고 있다. 이보다 앞서 배민은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아 경기 수원시 광교 앨리웨이에서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우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테스트 기회라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또한 아주 지엽적인 지역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나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사실상 누가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 많이 가 보느냐에 따른 데이터 싸움”이라면서 “특히 극한 상황의 데이터셋이 자율주행 성능 향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럴 일이 거의 없는 한산한 신도시나 규제샌드박스 존에서만 데이터를 쌓아서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배달로봇과 관련해 법제적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올해 안에 배송로봇이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등을 개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배달 로봇에 대한 제도적 논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기술 개발 속도 및 시장 흐름에 맞춰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생활물류법 제정 시 화물업계의 반대로 로봇, 드론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담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관련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