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카카오페이' 상장 일정이 미뤄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 받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공모가 인하에 대한 논의도 검토에 들어갔다.
19일 카카오페이는 “이달 29~30일로 예정됐던 수요예측을 포함해 공모일정 연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공모가를 낮추는 방안 등 모든 문제를 열어두고 상장주관사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한 수정 및 보완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공모가 및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하면서 청약 일정은 뒤로 밀리게 됐다. 정정 요청과 함께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은 정지된다.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 금융당국이 공모가 인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공모가는 6만3000∼9만6000원이다. 공모 규모는 1700만주, 1조710억∼1조6320억원 수준이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기업가치는 12조5512억원이다.
비교기업은 미국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홀딩스, 핀테크 솔루션 업체 스퀘어, 브라질 핀테크 플랫폼 업체 파그세구로 3곳이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17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아직 본격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는 만큼 고평가됐다는 우려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해외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 또한 증권신고서 정정에 따라 공모가를 낮춘 바 있다.
크래프톤은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고 공모가를 낮췄다.
크래프톤의 경우 당초 글로벌 콘텐츠 업체 월트디즈니 등과 비교해 자사 기업가치를 산정, 공모가 희망 범위를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가 정정 요구를 받고 희망 공모가를 40만∼49만8000원으로 낮췄다.
SD바이오센서도 공모가 희망 범위를 최초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으로 낮춰 정정했다.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도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에 대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여전하고, 해외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는 소모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익숙치 않은 해외 비교기업 선정, 국내 상장은행 대비 약 10배 수준의 밸류에이션 멀티플 부여 등은 분명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은 연구원은 “금융업이 가지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 특징,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 등은 배제한 채 해외 디지털 금융사업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3.4배 수준이다. 이는 KB금융(0.5배), 신한·NH금융(0.4배), IBK·BNK(0.3배) 등을 크게 웃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확정 후 오는 26~27일에 일반 청약을 받고, 8월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