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SW유지관리 요율 '10년째 10%대'···현실화 시급

2012년 정부는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 숙원 중 하나인 상용SW 유지관리 체계 합리화를 위해 산·학·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정부는 국내 전문SW 업계가 열악한 유지관리 환경 탓에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외산SW 유지관리 요율은 20%가 넘지만 국산SW 유지관리 요율은 관행적으로 취득원가의 8%를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9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한국SW산업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상용SW 유지관리 요율조사 결과 공공분야 평균 요율은 11.1%다. 9년간 3%포인트 상승세에 그쳤다.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SW생태계 혁신전략'을 내놓고 유지관리 비용 실지급률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유지관리 요율 현실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슈분석]SW유지관리 요율 '10년째 10%대'···현실화 시급

◇민간보다 낮은 공공 SW유지관리 요율

유지관리는 SW 구매 후 업데이트, 장애 대응, 교육 등 SW 판매 기업이 제공하는 사후 지원 서비스다. SW는 빠르게 바뀌는 정보기술(IT) 상황에 맞춰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고객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SW 개발·지원에 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대부분 SW 기업은 해마다 일정 유지관리 비용을 받고 이를 지원한다. 유지관리 비용은 소모 비용이 아니라 SW를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면서 최적 환경을 지원하는 필수 비용이다.

SW 유지관리 요율은 유지관리 서비스 대가 산정시 적용하는 비율이다. 요율이 10%일 경우 100만원 SW 제품 판매 시 10만원을 해마다 유지관리 서비스 비용으로 받는다. 오라클, SAP 등 외국계 SW 제품은 평균 20% 이상 유지관리 요율을 책정한다.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유지관리 요율 상향을 지속 요구했지만 10%대 벽을 넘지 못한다.

국내 SW 기업 주요 시장인 공공은 민간보다 낮은 요율을 적용한다. SW정책연구소가 진행한 '2019 SW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분야 88%가 15% 미만 요율을 책정했다. 민간은 28%가 15% 이상 요율을 책정했고 이 가운데 17%는 외국계 SW와 동일한 20% 이상을 적용했다.

기업이 체감하는 수준은 더 낮다.

연매출 200억원대 패키지 SW 기업 A사는 부처(5.1%), 공공기관(4.6%) 등 공공에서 평균 5%대 요율을 적용받는다. 응용 SW 기업 B사도 공공에서 6%대 요율을 적용받는 등 정부가 발표한 11.1% 평균에도 못 미치는 기업이 여전히 다수다. 실제 SW산업 실태조사에서 기업 10개 중 3개는 10% 미만을 적용한다(29.8%)고 답했다.

◇가이드는 20%, 현실은 11%…요율 현실화 시급

정부는 2012년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관리주체를 민간 SW산업협회로 이양했다. 이후 협회는 SW 개발비 산정뿐만 아니라 SW 사업 운영 단계에서 중요한 유지관리 요율 가이드를 마련해 해마다 공개한다. 정부가 사업을 이양한 만큼 공공은 가이드를 참고해 사업비와 운영비를 책정해야 한다.

현실은 협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못 미친다.

협회는 유지관리를 5등급으로 나눠 최소 12%(5등급)에서 최고 20%(1등급)까지 요율을 책정하도록 했다. 5등급은 제품 수정이나 기능향상 지원이 온라인으로만 이뤄지고 예방·예측 지원이나 고객 맞춤 지원이 전혀 없는 단계라 사실상 최소 지원만 가능한 수준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고객(공공포함)에게 제공하는 유지관리 서비스 영역 중 기술 지원(44.2%)과 제품 기능 향상(30.6%), 제품 수정·보완(27.8%) 등이 대부분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제품 수정·보완 등 작업이 방문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3등급 이상에 준한다. 고객은 요율 16% 적용 수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업계는 가이드라인에 맞춘 요율 상향 조정을 통한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요구한다.

이형배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유지관리 비용은 고객에 더 나은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상시 업그레이드와 품질 개선 등을 통해 SW 제품과 기술 역량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외국계 수준까지 못 미치더라도 최소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비율을 적용해 격차를 줄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승식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외국계 SW기업은 유지보수 비용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할 만큼 기업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판단한다”면서 “유지보수 비용을 통해 SW 기술의 고도화와 신규 채용 및 양질 일자리를 창출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판단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