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대회는 뜨거운 응원 열기가 가득했던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림픽 마케팅에 소극적이다. 코로나19로 대회가 제한적인 데다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감안해 활발한 마케팅은 지양하겠다는 분위기다. 자칫 반일 여론이나 코로나19 여파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실시로 침체한 가전 및 유통업계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 현장 마케팅은 고사하고 응원 캠페인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한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기본적인 후원 이외에는 마케팅이나 홍보 계획이 없다. 과거 올림픽에서 공식 스폰서로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성과도 상세히 알렸지만 이번에는 공식 스폰서 역할만 수행한다. 개막식에도 현지 법인 실무자 소수만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참여해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후원 계약을 맺었다.
선수 후원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해 온 대기업 A사도 이번 올림픽과 관련해 특별한 홍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가전 유통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에는 올림픽을 TV 등 주요 제품의 판매 이벤트로 활용했지만 이번 올림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가전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고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할 유인이 없다”면서 “자칫 친일 기업 이미지를 안게 되면 최악이라서 제조사 활동에 맞춰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에 대한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일본 스폰서 기업들의 불참 움직임이 늘고 있다.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불참을 선언했고, 로컬 파트너인 NTT와 NEC 등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올림픽 열기가 사라지면서 국내 외식·주류업체들도 침체 분위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음식점이나 야외에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기 어려운 탓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 3사는 음식점이나 주점 중심으로 현장 응원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주류업체 B사 관계자는 “개최국인 일본이 국내와 시차가 없어 기대할 만했지만 거리두기 영향으로 외부 관람이나 단체 응원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예년과 같은 특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탓에 일부 업체들은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이들을 노린 '집콕' 마케팅에 나서거나 선수단 응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홈 관중'에 초점을 맞춰 먹거리와 에어컨, TV 등 할인전을 오는 28일까지 일주일간 실시한다.
제너시스 비비큐(BBQ)와 롯데홈쇼핑은 대한체육회 공식 후원에 나섰다. 비비큐는 올림픽 개최 1개월 전에 대한체육회를 후원하는 '치킨프랜차이즈 부문 공식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대형 스포츠 행사 기간에 치킨 소비가 늘어나는 데다 올해는 배달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대한체육회 공식 후원 협약을 체결한 롯데홈쇼핑은 다음 달 8일까지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파이팅 코리아 쇼핑대전'을 진행한다. 방송 중 응원 영상과 쇼호스트 멘트를 통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국가대표 선수단 응원을 독려할 예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가대표단의 선전으로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적극적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잘해야 본전이라는 얘기가 이미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