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 다수가 동시에 갑작스러운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 '아카마이'의 고객사가 공통적으로 같은 증상을 보여 CDN에서 발생한 문제가 전체 서비스 접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1시께 빗썸, 바이비트, 코인베이스 등 국내외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빗썸의 경우 이날 0시 43분부터 1시 37분 사이 약 1시간여 동안 빗썸 모바일 웹, 애플리케이션(앱), PC를 통한 사이트 접속이 중단되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같은 시간 세계 3대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로 평가되는 바이비트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해 서비스가 1시간여 동안 중단됐다. 웹사이트와 앱, 일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개발환경'(API) 이용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 중단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최대 규모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도 일부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상태 모니터링 플랫폼 다운디텍터에 따르면 이날 0~2시 코인베이스 접속 장애 신고 건수는 최대 248건으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이날 비슷한 시간대에 쿠팡에서도 상품정보 접근, PC 홈페이지 접속 등 일부 서비스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델타항공, 코스트코, 에어비앤비 등도 도메인네임서비스(DNS) 오류로 홈페이지 접속이 되지 않는 문제를 겪었다. 빗썸 관계자는 25일 “빗썸에 CDN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업체의 장애로 발생한 문제”라며 “향후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버 네트워크 관련 조치를 강화하고, 회원들이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비트 측 역시 사고 리포트를 통해 “'CDN 공급업체의 일시적인 결함'(Temporary glitch with our CDN vendor)이 중단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바이비트는 이와 같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벤더와 협력하기로 하고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을 즉시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CDN 업체 아카마이에서 촉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DN은 대용량 콘텐츠를 다수 이용자에게 전송하도록 최적화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의미한다. 서버 네트워크가 전 세계에 전략적으로 분산돼 있으며, 이용자가 '오리진'이라고 불리는 콘텐츠 서버에서 직접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과 비교해 빠르고 안전한 다운로드를 제공한다.
통상 업체는 보안 문제 때문에 CDN 서비스를 받는 업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접속 장애 증상이 세계적으로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 아카마이 측이 문제 발생 사실을 즉각 시인하고 원인을 공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카마이 고객사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아카마이는 공지를 통해 “소프트웨어 구성 업데이트 과정에서 DNS 시스템에 버그가 발생, 일부 고객 웹사이트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운영 중단이 최장 1시간여 발생했다”며 “롤백을 통해 정상 작동을 재개했으며, 사이버 공격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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