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가전 판매량이 치솟았다.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하고, 설치가 쉬운 창문형 에어컨은 판매량이 10배나 증가했다. 폭염이 한동안 이어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냉방가전 특수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제조사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7월 들어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7월(1~21일) 판매된 에어컨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 증가했다. 창문형 에어컨 매출은 무려 990%나 늘었다. 냉방 효율을 높여 주는 서큘레이터와 선풍기도 인기다. 같은 기간 서큘레이터 매출은 180%, 선풍기는 170% 각각 늘었다.
전자랜드도 상황이 비슷하다. 7월(1~22일) 에어컨과 창문형 에어컨 매출이 180% 증가했고, 선풍기와 서큘레이터 등은 145% 늘었다. 삼성전자는 무더위가 시작된 7월 국내 에어컨 판매량(1~22일)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에어컨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남 창원의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에어컨 수요를 예측해 올해 초부터 미리 생산을 늘렸지만 최근 급격한 수요 증가에 따라 라인을 풀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중견기업도 냉방가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위니아딤채는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7월 1주 차 대비 2주 차에 600% 이상 급증했다. 설치가 간편하고 이동이 편리해 '세컨드 에어컨'으로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세코도 16~18일 창문형 에어컨을 1만2000대나 판매했다. 사흘 매출만 90억원이 넘는다. 늘어난 수요와 주말 판매량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라인을 풀가동하며 생산량을 일 1500대에서 2000대로 늘렸다. 신일전자는 7월 들어(1~22일) 선풍기와 서큘레이터 판매량이 각각 66%, 38%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 냉방가전 판매량은 선선한 날씨 탓에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상황이 급격히 반전된 것은 폭염이 시작된 7월부터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중순(11~20일)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32.4도를 기록, 1994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7~8월 내내 폭염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 2018년 7월 중순의 32.2도보다 높았다.
평균기온 역시 예년보다 훨씬 높다. 서울의 올 7월 중순 평균기온은 28.3도로, 1994년 28.9도 이후 가장 높았다. 평년(1991~2020년 평균) 7월 중순 서울의 평균기온이 24.5도, 평균 최고기온이 28.2도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평년보다 4도가량 높다.
기상청은 다음 달 초까지 더위가 이어지고, 태풍 영향 등으로 기온이 더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치솟은 냉방가전 수요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구매가 급격히 늘면서 지역에 따라 설치가 약 2~3주 지연되는 곳도 발생하고 있다.
윤이나 롯데하이마트 MD는 25일 “오는 8월 초까지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에어컨 등 여름가전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설치가 필요한 에어컨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설치가 지연되는 만큼 구매를 서두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