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쌍용차, 한국지엠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상반기 생산량과 판매량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량은 2003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넘어서며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완성차 3사는 상반기 작년 동기 대비 12.3% 감소한 24만319대를 생산했다. 23만4699대를 생산했던 1998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치다. 외국계 3사는 신차 부재와 경영 위기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면서 고객층이 이탈한데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까지 빚으면서 저조한 생산과 판매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3사의 국내 판매량 역시 35.4% 줄어든 8만8625대로 사상 최저다. 한국지엠은 작년 상반기보다 19.3% 감소한 3만3160대, 르노삼성차는 47.8% 감소한 2만8840대, 쌍용차는 34.8% 줄어든 2만662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반면 벤츠와 BMW, 아우디의 상반기 국내 판매 대수는 8만976대로 외국계 완성차 3사를 합친 8만8625대보다 1000대가량 많다. 벤츠는 작년 동기 대비 16%, BMW는 42.6% 판매를 확대했다. 아우디도 7.2% 상승했다.
상반기 전체 수입차 판매 대수는 14만7757대로 2003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폭스바겐과 볼보, 렉서스도 상반기 판매량이 작년 대비 각각 18.2%, 16.9%, 35.3% 오르며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열고 있다. 특히 볼보는 상반기 7629대가 팔려 1997년 한국 진출 이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외국계 3사 판매량이 벤츠, BMW에 밀려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 구도가 현대차·기아와 벤츠, BMW의 4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 브랜드 순위는 현대차(38만6095대)가 1위, 기아(27만8287대)가 2위, 벤츠가 3위 BMW가 4위에 올랐다.
업계는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생산 및 판매 실적 악화가 국내 자동차업계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상반기 생산량은 2019년 202만대에서 지난해 162만대까지 감소했다.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영향으로 181만대에 그치며 200만대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3사는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까지 작용하면서 당분간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3사의 부진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 생산량이 앞으로 연간 400만대에 못 미치는 350만대 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