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상반기 내수가전유통 시장이 7% 이상 성장했다. '집콕' 생활로 인한 가전 교체 수요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증가가 맞물린 효과다. 그러나 1분기의 15%가 넘는 높은 성장 대비 2분기에 다소 부진하며 성장 폭이 둔화, 하반기 성장 지속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롯데하이마트, 삼성전자판매(디지털프라자),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 전자랜드 등 4개 가전유통 전문회사의 판매동향 데이터(잠정치)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5조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4개사 매출을 전체 내수 가전유통 시장의 6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전유통 업계 1위인 롯데하이마트는 상반기 매출이 약 2조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조금 줄었지만 감소 폭은 소수점 두 자리 수준이다. 온라인 판매가 성장세지만 에어컨 판매가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상반기 에어컨 판매가 부진, 전년 매출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상반기 매출 약 1조5500억원으로, 성장률이 22%에 달한다. '맞춤형 가전' 콘셉트를 앞세운 비스포크 가전이 성장세를 주도했고, 네오 QLED TV 등 프리미엄 TV도 힘을 보태면서 상반기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비스포크 라인업을 확대하며 상품성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LG베스트샵은 매출 약 1조1300억원(매출원가 기준)으로 3%가량 성장했다. 프리미엄 가전, 오브제 컬렉션, 올레드 TV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성장세를 유지했다. 최근의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성장 폭은 둔화했다.
전자랜드는 약 4400억원의 매출로 9%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마케팅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파워센터 3개점을 신규 출점했고, 매장 리뉴얼도 지속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 것도 매출 상승에 효과가 있었다.
상반기에 내수 가전 시장이 성장한 것은 고무적이다. 여름철 계절가전 대표격인 에어컨의 판매가 주춤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6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컨 부진에도 프리미엄 가전과 TV가 꾸준히 판매됐고, 소형가전 인기도 이어져 매출이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판매 감소를 만회한 것도 긍정적이다.
상반기 선전에도 하반기 내수 가전유통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5~6월 들어 판매 감소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고효율 가전 환급사업과 재난 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는 고효율 가전 환급사업 지원 대상을 변경하고, 지원 규모도 줄이면서 판매 상승 효과가 미미하다.
3분기 실적 변수는 에어컨이다. 상반기까지 에어컨 판매가 부진했지만 7월 이후 기록적 폭염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유통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끝으로 오면서 실적이 하락 곡선을 그리며 3분기 이후가 위험해 보인다”면서 “거리두기 4단계 영향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주요 내수가전유통 업체 상반기 매출 잠정치(단위:억원)
자료:업계 종합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