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인수전에 SM그룹이 깜짝 등판하는 등 총 9곳이 참여하면서 매각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쌍용차 매각이 초반 흥행에 성공했으나 실제 인수 후보자가 충분한 자금 동원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1조원 이상이다. 이번 인수전을 재계 38위 SM그룹과 카디널 원 모터스, 에디슨모터스 3파전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2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국내외 9곳 투자자 중 예비실사 적격자를 추려 법원에 보고할 예정이다. 선정한 예비실사 적격자를 대상으로 이달 27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자 가운데 부적격 사유가 있는 투자자를 제외하고 예비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예비실사 참여자를 대상으로 입찰안내서를 보내고 9월 초 인수제안서를 접수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지난달 30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SM그룹을 포함한 총 9곳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혔다. 미국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 카디널 원 모터스와 국내 전기버스 전문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 스쿠터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 기존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 외에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이엘비앤티와 월드에너지, 인디(INDI) EV, 하이젠솔루션이 참여했다.
쌍용차가 전기차 신공장 설립을 밝힌 가운데 투자자들 역시 전기차 사업 확대를 목표로 인수 의향을 밝혀 향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새 유력 투자자로 떠오른 SM그룹은 2010년 쌍용차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인수전에도 자체 보유 자금을 활용,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보유 현금 규모는 1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인수 후 자동차 부품 계열사 남선알미늄 등과 시너지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단 목표다.
건설기업 삼라를 모태로 한 SM그룹은 인수합병(M&A) 달인이라 불리는 우오현 회장 주도 아래 대한해운, 한진해운 미주노선(SM상선) 등을 인수하며 해운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을 사들여 몸집을 키운 경험도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초소형 전기차 생산업체 쎄미시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사 전기모터,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기술력을 바탕으로 쌍용차를 글로벌 전기차 업체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카디널 원 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을 북미에 수입해 판매하는 등 쌍용차 북미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 흥행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쌍용차가 자구안과 미래 비전을 잇달아 제시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는 최근 새 디자인 철학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를 공개하며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과 차세대 SUV KR10 디자인 스케치를 선보였다. 지난달 12일부터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주간 연속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 무급휴업에 돌입하는 등 자구 노력도 진행 중이다. 기존 평택공장 부지를 평택시에 매각하고 새 부지를 구입해 친환경차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쌍용차는 “다수의 회사가 전기차 사업을 확대를 목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고 있다”면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차 전환 전략과 부합돼 M&A 가능성은 물론 장기적 생존 토대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