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롬은 브랜드가 시장을 만든 대표 사례다. 믹서기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서 휴롬은 원액기를 통해 회사를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원액기 시장에서도 선도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강점과 기회
휴롬(대표 김재원)은 1974년 설립돼 국내외 원액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원액기를 통해 '건강주방가전'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원액기는 채소, 과일을 저속 착즙해 효소와 비타민, 파이토케미컬 등 열에 약한 영양소를 보존하고 첨가물 없이 자연의 맛과 색, 영양을 그대로 살린 건강주스를 제공한다.
휴롬의 강점은 독자 원천기술에 기반한 확고한 시장 입지다. 이 회사는 2005년 세계 최초로 저속으로 지그시 눌러 짜는 스크루 방식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2008년 휴롬 원액기를 개발·출시했다. 제품 출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외 원액기 시장을 주도했고, 2010년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가진 기업으로 인정받아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 세계 88개국에 휴롬 원액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 유럽, 미국, 일본에 법인을 두고 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은 앞으로 사업 전망을 밝힌다. 휴롬은 2013년 스크루 회전수를 절반으로 줄여 더 천천히 착즙하며 열 발생을 최소화해 영양을 최대한 보존하는 원액기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신개념 주스 필터를 적용해 찌꺼기가 끼지 않아 물로만 헹구면 쉽게 세척이 가능한 원액기를 개발했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휴롬 이지' 원액기는 회사 성장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제품은 현존하는 원액기 중 가장 넓은 136㎜의 투입구와 2ℓ 용량을 자랑하는 메가 호퍼를 탑재했다. 재료를 통째로 넣으면 호퍼 하단 커팅날개가 자동으로 절삭해 재료 손질 수고로움을 대폭 줄인다.
이 제품은 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약 520억원어치가 팔려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졌다. 다음 달에는 출시 1년 6개월 만에 단일제품 매출 1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휴롬은 지난해 세계 88개국에서 원액기 누적판매량 1000만대,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원액기의 꾸준한 기술 혁신으로 기존 주 소비층이던 4050세대는 물론 최근 건강을 중시하고 구매력이 있는 MZ세대까지 고객층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매출액은 1184억원, 영업이익 8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액 15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코로나19 여파에도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유럽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도 프리미엄 라인업 판매로 현지 진출 후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 역시 온라인 채널 강화와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 등으로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47%나 뛰었다.
◇약점과 위협
휴롬의 가장 큰 한계는 원액기 단일 상품이라는 점이다. 원액기 시장을 개척해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확장성을 갖춰야 한다.
실제 휴롬은 원액기 열풍이 불던 2016년에는 매출 16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추가 수요를 발굴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매년 매출이 하락, 7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단일제품의 한계, 제한적 내수시장, 경쟁제품 등장 등이 걸림돌이다.
휴롬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6년 전기 티포트 '티마스터'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멀티쿠커 '슈퍼 스팀팟'을 출시했다. 티마스터는 국내 전기 티포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추가 히트상품 발굴이 절실하다.
<기업연혁>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주요 제품(휴롬 이지) 누적 판매량 및 매출액>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