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기술은 수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물류, 건설 등 여러 산업 분야에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는 기반 기술입니다. 해양 연구를 토대로 해양과학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대양과 심해저로 연구 대상과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우리나라 해양 연구 범위를 대양과 심해로 확대해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4년차인 내년 5월까지 대양과 심해저 연구 성과 창출과 기반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KIOST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종합' 해양연구기관이다. 하지만 다양한 해양 관련 기관의 분화 또는 설립으로 연구 영역이 겹치는 등 KIOST 고유 영역이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김 원장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더 집중하고, 대한민국 해양과학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해와 대양을 미래 연구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심해와 대양 연구는 우수 전문인력과 고가 첨단 연구 인프라·장비를 요구한다. 세계적으로 심해·대양 연구 역량을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해양 선진국은 심해와 대양에서 자존심을 건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KIOST는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를 선도하며 심해와 대양 연구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다른 기관과 차별화한 역량이고 KIOST만이 할 수 있는 연구 분야다. 취임 초 해양자원연구본부에 심해저광물자원연구센터와 별개로 대양자원연구센터를 신설한 배경”이라 말했다.
김 원장은 재임 기간 부산 영도 혁신도시로 이전 완료와 안착에 힘을 쏟았다. 수십차례 유찰된 기존 경기 안산 청사 매각을 완료해 경영 애로를 해소했다. 영도 해양클러스터 조성 선도기관으로 해양신산업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을 비롯해 해양 관련 기관, 지역 및 지자체와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연구 부문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과거 해외에서 빌려 사용해 온 수중건설로봇 3종을 국산화했고 이달에는 수중건설로봇을 운반할 수 있는 장영실호를 진수한다. 세계 최초로 제철소 부생가스를 원료로 바이오수소 생산에 성공했고 심해저 탐사를 통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 실증사업으로까지 연계했다.
김 원장 취임 후 KIOST는 매년 300편 이상 논문을 발표했고 매년 전년도를 상회하는 연구실적을 거뒀다. 그는 “평생 해양과학자로 살아왔지만 원장이 됐을 때는 경영을 책임지는 비즈니스맨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산으로 이전을 비롯한 현안은 신속하게 해결하려 했고 예산 확보, 경영 수지 개선과 함께 연구실적 향상을 위해 임직원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KIOST가 거둔 해양연구 성과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해양 환경 보호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지구상 에너지와 탄소 순환을 모사한 지구시스템모형(KIOST-ESM)을 자체 개발해 미래 해양변화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해양 오염의 주범인 미세 플라스틱 해소를 위해 내구성이 강한 폴리레틸렌 소재 고압력 부표를 개발, 민간에 기술이전했다. 기름 유출 사고를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는 유지문 감식 기술, 미세플라스틱 오염지도도 개발했다.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대양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그 전초 기지는 부산이다.” 김 원장이 지닌 우리나라와 대양에 관한 철학이다. 그는 “KIOST 비전은 '바다에서 찾는 국민 행복, 인류에 공헌하는 해양과학기술'이다. 해양 기초연구를 통해 해양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운 혜택을 알리고 해양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기본 책무”라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인류가 직면한 난제는 해양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해양은 무한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갯벌, 산호 등 해양자원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데 기여한다”며 “남은 임기 동안 해양기후 예측에서 해양 천연물 활용 연구, 대양과 심해, 극지 탐사까지 KIOST의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 조성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