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유지·개선 여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입증위원회 안건으로 오른다. 대기업 참여 판단을 각 부처에 맡기는 SW진흥법 개정안 발의, 백신 예약시스템 장애 등으로 다시 논란이 불거진 상태여서 어느 때보다 대·중·소기업 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일 세종시에서 규제입증위(위원장 용홍택 제1차관)를 열고 공공SW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개선 여부를 논의한다. 15명 안팎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한다.
기업에서는 LG CNS와 KT(대기업), 대신정보통신(중견기업), 유플러스아이티(중소기업)가 참여해 제도 유지·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 관계자도 제도 유지 또는 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규제입증위는 '규제입증책임제'에 따라 각 부처가 운영하는 조직이다. 규제입증책임제는 해당 부처가 규제 유지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개선·폐지하는 제도다.
과기정통부 규제입증위 개최는 지난 6월 김부겸 국무총리가 발표한 '규제챌린지' 후속 조치다. 김 총리는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를 포함한 15개 과제가 1차 규제챌린지 과제로 선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충북 청주시 오송에서 정보기술(IT)서비스 대·중·소 기업,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IT서비스산업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관계자들과 사전 모임을 갖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 모임은 2시간여 동안 각각의 입장을 확인한 후 마무리됐다.
대기업 측은 사업 참여 제한으로 대형 프로젝트 분리 추진에 따른 비효율성과 안정성 저하를 지적하고 대기업 참여를 전면 허용하거나 중견기업과 컨소시엄 등을 통해 상호 성장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중견기업 측은 대기업참여제한은 규제가 아니라 산업 진흥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예외 규정을 통해 대기업 참여가 늘고 있는 만큼 지금보다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어난 백신예약시스템 이슈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문제가 아니라 업무분석 등 발주기관의 책임이 크다는 게 중견기업 입장이다.
중소기업 입장은 둘로 나뉘었다. 중견기업보다 대기업과의 사업이 이익률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면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야 중소기업도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규제입증책임제에 따르면 담당 공무원이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거나 규제 필요 시 소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 폐지나 개선은 자칫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지난해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 기준에 신시장 창출효과 포함, 부분인정제 도입 등 한 차례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에 1년 만에 또 수정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현행 유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로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인지도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일 “대기업참여제한이 해외에 없는 제도지만 다른 나라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제도도 없는 등 국내와는 환경이 다르다”면서 “판단은 규제입증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규모 이상의 대형 사업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일정한 비율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함께하도록 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면밀한 효과 분석이 선행돼야 제도 개선이나 유지에 대한 논의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규제입증위가 논의한 결과는 국무조정실장 주재 규제챌린지 협의회, 총리 주재 규제챌린지 민관회의를 거쳐 개선 여부가 확정된다. 개선 확정 시 올해 안에 법령 정비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