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4년여 만에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1년 넘게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던 케이뱅크가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출범 이후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다.
케이뱅크는 올 2분기에 39억원 당기순이익을 잠정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4월에 문을 연 이후 분기 첫 흑자다.
올해 1분기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감안하면 상반기 누적손실은 84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449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케이뱅크의 분기 첫 흑자 전환은 의미가 남다르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으로 번번이 증자에 차질을 빚는 등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조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우려를 불식했다. 외형 성장이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에만 고객이 400만명 늘어 6월 말 기준 고객은 619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 규모의 26배를 웃돈다. 현재 고객은 628만명 수준이다.
상반기 수신과 여신은 각각 7조5400억원 및 2조1000억원 늘어 6월 말 수신 잔액은 11조2900억원, 여신 잔액은 5조90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은 고객 수와 자산 증가를 바탕으로 이자와 비이자 모두 고른 성장을 보였다.
순이자 부문에서는 올 상반기에 709억원 이익을 냈다.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지속 증가, 2분기 80%를 넘어서며 자금 조달 비용을 줄였다.
또 아파트담보대출이 일별 가입 제한이 있음에도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취급액이 7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대출 자산도 빠르게 늘었다.
중저신용자(KCB 평점 기준 820점 이하) 대출 비중은 상반기 목표치 이상을 달성, 이자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케이뱅크의 급성장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비트코인 랠리 혜택을 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뒤로 월간 수신 잔액이 조원 단위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과 함께 관련 투자 자금이 케이뱅크 예·적금 성장세를 이끌었다.
실제 케이뱅크는 상반기 비이자이익 85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52억원 적자였다.
건전성 지표도 크게 개선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에 대출상품 판매 중단으로 인해 2.36%까지 치솟았지만 올해는 빠른 여신 성장과 리스크 관리에 힘입어 6월 말 현재 0.37%까지 떨어졌다.
BIS총자본비율은 6월 말 현재 10.9%다. 지난달 1조25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완료된 효과를 감안하면 현재 자본비율은 규제비율을 대폭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케이뱅크는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IPO 일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 내부에선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보다 상장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2019년 흑자전환 이후 IPO까지 약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면서 “케이뱅크는 내실을 탄탄하게 갖추는 등 상장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6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 다음 달 영업을 시작하는 토스뱅크 등과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케이뱅크의 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화 전략은 'KT'다. KT를 필두로 계열사와 외부 제휴 확대를 통한 외연 확대를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KT그룹과 시너지를 강화하고 하반기에 100%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면서 “토털 금융 자산관리까지 가능한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표] 2021년 및 2020년 상반기 주요 실적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