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시가총액 30조원을 돌파하며 단숨에 '금융 대장주'로 등극했다. 기존 금융주 1위였던 KB금융은 카카오뱅크에 자리를 내줬다.
수십년 전통의 금융사를 출범 4년밖에 되지 않은 정보기술(IT) 기반 은행이 제친 셈이다. 공모가 거품 논란에도 시장에선 카카오뱅크의 금융플랫폼 잠재력을 높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상장 첫날 거래 시작과 동시에 은행 대장주에 입성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5만3700원 대비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총은 코스피 종목(우선주 제외) 가운데 11위인 33조1620억원이다.
지금까지 금융주 1위인 KB금융 시총(21조7052억원)을 12조원 가까이 넘어선 규모다.
시총 10위 기아(34조6991억원)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포스코(29조7307억원), 삼성물산(27조52억원), 현대모비스(26조2103원) 등 굴지의 기업들도 한 번에 제쳤다.
카카오뱅크 상장 효과로 코스피 시장 몸집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2334조6289억원으로 집계돼 코스피 몸집이 가장 컸던 지난달 6일(2314조4173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시총은 4일(2308조1348억원)보다 증가했다.
다만 여전히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증권가 시각은 엇갈린다.
현재 국내 은행주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0.44배, 5.0배이다. 그에 비해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기준 PBR는 3.7배, PER는 56배다. 플랫폼 영역에서 빠른 고객 증가와 수수료 수입 증가가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50배 이상의 PER는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를 은행으로 보느냐 플랫폼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 차이도 극명하게 갈린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일 “비대면 영업은 영업 방식 차이일 뿐 사업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따라 조달한 금액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출(공모가 하단 기준 27조원)을 하루 만에 전부 확보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적용해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특히 카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각종 규제가 강화된 금융환경에서 카카오뱅크만 특별하게 높은 ROE를 달성하거나 높은 PBR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이자 국내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 월간활성이용자(MAU) 1335만명으로 1위를 기록한 최대 금융플랫폼 사업자”라면서 “출범 4년 만에 자산 규모가 28조원의 대형 금융사로 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세계에서 카카오뱅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상장 영향으로 기존 은행주들이 수급 측면에서 단기적 부담이 예상된다.
은행주의 경우 1분기에 이어 2분기 사상 최대실적 발표에도 주가 저평가 구간이 지속되고 있다. 중간배당의 연속성, 분기 배당 등 추가적인 주주환원 조치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디지털 채널의 비용 효율성 강화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