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사업자등록번호를 공공데이터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정작 마이데이터 서비스 준비 현장에서 사업자등록번호 활용에 제동이 걸렸다. 카드사가 가맹점주 정보를 제공하려면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 따라 가맹점주의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자등록번호가 신용정보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결합·활용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는 사업자등록번호 제공 여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5월 4차위가 사업자등록번호는 개인정보가 아니며 공공데이터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카드사가 신용정보를 제공하려면 제3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여전법을 근거로 추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사업자등록번호는 기업을 식별할 수 있는 고유번호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 데이터를 결합할 때 표준화한 결합키(Key) 값으로 활용할 수 있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활용도가 높다.
기업 비표준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정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손실이 상당히 발생한다. 업체명이나 대표자명 같은 경우 변경이 쉽고 표준화되지 않아 결합키 값으로의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등록번호를 공공데이터로 제공하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정확도와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문제는 여전법에서 신용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경우 신용정보 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4차위가 사업자등록번호는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지만 여전법은 신용정보로 이를 포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드사가 가맹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해당 가맹점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신협회는 현실적으로 가맹점으로부터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가맹점이 제3자 정보제공에 따른 이익을 뚜렷하게 얻는 것이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가맹점주 동의를 받아내기가 어렵다고 봤다.
또 사업자등록번호에 대표, 기업 소재지 등의 정보가 함께 담겨 있어 개인사업자의 경우 특정 개인을 식별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도 사업자등록번호 제공이 여전법과 상충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주시하고 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여전법상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해석을 내려 주면 그에 맞게 조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은 이달 말까지 정비를 마치고 올해 마지막 개정을 하게 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의무 적용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행하기 때문에 현장 개발 여건을 감안, 올해 안에 추가 개정은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사업자등록번호 제공 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2022년 1월에 시작하는 정식 마이데이터 서비스에는 사업자등록번호를 활용한 사례가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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