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겉도는 '수탁은행제도' 근본 대책 필요

[사설]겉도는 '수탁은행제도' 근본 대책 필요

개인투자조합 결성에 필요한 수탁의무 기준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액셀러레이터(AC)의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수탁의무 기준을 20억원으로 높이는 고시 개정에 착수했다. 중기부는 법제처,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순께 고시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시가 개정되면 의무 기준은 20억원으로 벤처투자조합과 같아진다. 그동안 AC는 수탁은행제도가 겉돌면서 조합 투자금을 받아 줄 은행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부분 개정이지만 다행이다. 문제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0억원 상향은 10억원 보다 나아진 게 사실이다. 기준은 상향됐지만 20억원 규모 이하로 조합을 결성해봐야 투자조건이 기존 10억원을 분할하는 수준일 뿐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포토폴리오가 핵심이다. 초기기업 투자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게 상식이다. 중기부도 이를 인정한다. 중기부는 기준을 40억~50억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벤처투자펀드와 형평성 차원에서 20억원까지가 제도에서 풀어 줄 수 있는 상한선이라고 설명했다.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다. 수탁은행제도를 전면 손봐야 한다. 수탁은행제도는 펀드 변칙 운용을 막고 투자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취지는 좋았지만 최근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펀드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자 은행이 이를 꺼리면서 발생했다. 예상하건대 20억원으로 늘렸어도 여전히 은행은 수탁업무에 미온적일 것이다. 의무조건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올리거나 은행의 수탁 의무화, 수탁 대신에 신탁과 같은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투자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라면 제도 폐지까지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제2 벤처 붐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사업 기반이 약한 스타트업은 적당한 시기에 투자자금을 유치하지 못하면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좀 더 적극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