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절정에 이른 8월 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오토비(AutoVe)'를 만났다. 앞뒤 모양 차이가 거의 없는 네모난 형태의 오토비는 ETRI가 현재 시범 운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다. 버스 외관에 '자율주행 시범운행' 문구가 선명하다. 국내 중소기업 '언맨드 솔루션(Unmanned Solution)'이 개발한 차량에 고성능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있다.
오토비는 외관은 물론 내부도 '신기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익히 보았던 버스 내부와 전혀 달랐다. 운전석은 아예 없고, 앞뒤 방향으로 마주 보는 좌석만이 내부를 메우고 있다.
최정단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장은 “자율주행 4단계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만큼, 운전석을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4단계는 운전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다.
시범 운행 오토비는 완성된 차량은 아니다. 흔치 않지만 사람 개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자율주행 상황을 벗어나면 사람이 내부에 비치된 게임용 조이패드 컨트롤러로 운전한다. 패드로 조종하는 차도 신기한 느낌을 준다.
오토비는 거의 모든 조종을 말로 할 수 있다. “하이 오토비”라는 명령어로 시동을 건다. 시범 운행에서 “하이 오토비, 3동으로 가자”고 말하자, “목적지가 설정됐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출발”을 말하자 버스가 움직였다.
승차감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앞두고 똑딱이는 소리가 들렸다. 자동으로 켜진 '방향지시등' 소리다. 진행 중 갑자기 속도를 줄여 멈추기도 했다. 버스 앞에 있는 보행자를 감지한 결과다.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빠르게 대응했다.
최 본부장은 “RGB 카메라를 전·후방에 총 4개, 라이다는 네 방향에 6개를 장착했다. 일반 GPS로 파악한 차량위치 정보와 이미 입력한 근방 지도, 차선 정보, 센서 정보 등을 활용해 세밀한 주변 상황 인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악천후에도 큰 문제없이 자율주행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버스 내부에는 주행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버스 경로와 목적지 등을 표출한 판단시스템 결과와 여러 외부 정보를 다루는 인지시스템 결과를 디스플레이로 확인한다. 인지시스템 결과는 버스 위치와 장애물 위치, 환경인지 정보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버스 이동을 방해할 소지가 있는 객체를 빨간색으로 표현하고, 객체 이동까지 추적해 확인했다.
버스 내부에 다양한 첨단 콘텐츠 표출 기술도 적용했다. 내부 유리창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만들어 밖에 보이는 건물 정보를 알려준다. 버스 창밖으로 ETRI 3연구동이 보이자 관련 정보가 나타났다.
최 본부장은 오토비를 고도화하기 위해 많은 것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운행 경로에 별도 라이다 센서를 설치, 버스 내 센서와 연계하는 '차량사물통신(V2X)'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센서 종류를 늘리는 것도 검토한다.
최 본부장은 “실제 자율주행 4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사고 예방과 차단이 최우선이기에 돌다리도 두들기며 가듯 차분하게 기술을 개발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