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언제든 찾아가 즐길 수 있었던 박물관·미술관 관람도 쉽지 않아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상황에 따라 문화시설 휴관·재개관이 반복되는 데다 운영해도 거리두기로 인해 가능한 일정에 따라 예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다.
특수한 상황에서 관람객을 맞아야 하는 문화시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도슨트, 안내 등 기존에 제공해 온 대면 기반 서비스를 최소화하면서도 관람 경험과 서비스 품질은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기반 서비스가 표준이 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늘고 있다. 비컨 기술을 활용한 도슨트 시스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전시시스템, 디지털 아카이브 등 기존 전시 문화시설에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박물관·미술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안내로봇이다. 안내로봇은 서비스로봇 가운데에서도 서빙로봇과 함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공항, 쇼핑몰, 전시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안내·접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시설에 로봇을 도입해서 활용한 대표 사례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이 진행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문화전시 안내로봇 '큐아이'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국립나주박물관 등을 포함해 9곳의 문화시설에서 운영하며, 코로나19 일상 속 비대면 문화향유 지원서비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안내로봇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안내로봇을 문화시설에 도입해서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 역할에 맞게 박물관·미술관 환경에 맞는 로봇을 선정하고, 해당 로봇에 기반을 두고 최적화한 큐레이팅 로봇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로봇은 여타의 일반적인 디바이스 도입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관람객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안내를 수행하고 관람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로봇에 특화한 서비스와 콘텐츠 기획 역량을 갖춘 로봇 전문 SI기업과의 협업도 고려해 볼 만하다.
두 번째는 어떤 수준까지 안내로봇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정의다. 사람이 해 오던 일을 전면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단순한 안내, 설명 등 역할은 대신할 수 있다. 기존에 직원이 대면 서비스를 진행하며 반복적으로 응대해 왔던 사례와 상황을 콘텐츠로 구성해서 로봇 서비스에 반영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로봇을 통해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 콘텐츠다. 기존의 대면 도슨트 서비스는 실감 나는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반면에 실시간 음성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여서 작품 관련 추가 콘텐츠 제공이 어려웠다. 안내로봇을 활용하면 전시작품과 관련된 가상현실(VR) 콘텐츠나 별도의 프로젝터 연동 등을 통해 실제 사람이 진행하는 도슨트 서비스 이상으로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약자, 외국인 관람객 등에 대한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관람서비스 제공이다. 도슨트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수어해설, 자막안내, 동행서비스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또 문화시설이 다국어 서비스 지원 여부를 고려해서 제공한다면 더욱 질 좋은 비대면 관람서비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외국인 관람객의 경우 다국어를 구사하는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작품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받기 어렵지만 안내로봇을 활용하면 관람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많은 작품이 영상과 사진 형태로 온라인 아카이브에 구현됐다. 그럼에도 관람객은 실존하는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문화시설을 찾는다. 코로나19라는 비일상 속에서도 작품을 통한 감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로봇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구현하는 스마트 박물관·미술관이 늘길 기대해 본다.
박상균 클로봇 사업마케팅팀 이사 damian@clob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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