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총수 공백 지웠지만 '사법 리스크' 잔존..경영활동 제약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 전자신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 전자신문 DB)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최악의 총수 공백을 겪은 삼성전자도 한시름 놓게 생겼다. 그러나 이번 가석방으로 오너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등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재판이 남아 있어 삼성의 총수 부재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이 부회장이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인 재판은 모두 2개다. 우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해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1심 재판이 매주 목요일에 진행 중이다. 이어 이달 19일부터는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관련 재판도 진행된다.

남은 2개 재판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형법 74조)상 가석방 도중 새로 금고 이상 형을 확정 받을 경우 가석방은 취소된다. 즉 가석방 형기 종료일인 내년 7월 안에 두 개 재판 중 하나라도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가석방 처분 효력은 잃게 된다.

다만 공판 일정과 규모를 고려할 때 내년 7월까지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의 경우 현재 11차 공판까지 진행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해당 사건 피고인이 11명에 달하는데다 검찰과 변호인측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어 1심 재판 결론이 1년 안에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석방 관련 형법 조항은 12월 개정을 앞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석방 기간 중 새로 저지른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가석방이 무효가 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처분 효력 정지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부담은 향후 경영활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이 매주 목요일에 열리면서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이달 중순 프로포폴 투약 관련 재판까지 시작되면서 온전히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가 줄기차게 요청했던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이다. 해외 출국은 물론 거주 등에 제약이 발생해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어렵다. 특히 미국 반도체 투자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 기업, 기관 등과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총수의 활동 제약은 치명적이다.

여기에 가석방 이후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라 대외활동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05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 부회장 가석방을 끈질기게 반대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부재가 해소됐지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 탓에 경영활동에 제약은 완전히 해소하기 못했다”면서 “이 부회장 관련 남아 있는 재판 결과에 따라 총수 부재 악몽은 재현될 가능성도 있어 오너 리스크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