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새롭게 선보인 기업 로고(CI)가 케이뱅크 내외부를 막론하고 혹평을 받고 있다. 상징색 등 디자인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로고 중앙에 케이뱅크를 상징하는 알파벳 'K'를 빼고 뜬금없는 'M'을 배치한 시도가 무모했다는 평가다. 이용자 혼란이 가중되는 등 기능적 측면에서도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 새로운 케이뱅크 CI 교체로 인한 불만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용자 상당수는 상징색이 '코랄핑크+화이트'에서 '네이비+라임그린'으로 기존 디자인과 너무 상이한데다, 로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파벳 M으로 케이뱅크를 연상할 수 없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실수로 삭제하는 등 사고만 늘어났다며 부정적 의견을 남겼다.
은행 종사자들만 접근 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케이뱅크 무슨 짓을 한 거냐(토스)” “'MK뱅크'는 쓰면서 헷갈릴거 같다. 휴대폰을 해킹당했나 계속 확인했다(기업은행)” “메이크머니 슬로건을 나중에 바꾸면 그동안 비용은 매몰처리하는 거냐(카카오뱅크)”는 반응이 이어졌다.
케이뱅크는 지난 9일 리뉴얼한 CI를 공개하며 슬로건으로 'Make money'를 전면에 내세웠다. 로고에서 K를 대폭 축소하고 M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고객 스스로 돈을 버는(Make money)' 플랫폼을 표현하려는 목적과는 달리 케이뱅크에는 슬로건을 뒷받침할 만한 투자형 상품이 현재 거의 없다. NH투자증권 계좌 개설 연계 서비스가 유일한 투자 카테고리 상품이다.
실제로 새로운 CI는 케이뱅크 내부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손실 우려 등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열린 케이뱅크 콤파스 미팅에서 CI가 공개된 후 직원들 사이에서는 '마케팅적으로 슬로건 이해에 도움되지 않고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 연상효과, 익숙한 사용자경험에서 멀어진다' 등 비판이 뒤따랐다. 내부 전문가들 역시 이용자 혼란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나 새 슬로건 표현에 집착한 일부 경영진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케이뱅크 직원은 “마케팅 슬로건은 쉽게 바꿔도 앱 아이콘은 쉽게 바꾸면 안 되는데, 케이뱅크는 행장이 바뀔 때마다 이를 교체하고 있다”며 “사내 공식적인 익명 소통 채널이 없고 반대 의견을 쉽게 낼 수 없는 분위기라는 점을 이용해 경영진이 반대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에도 CI를 교체했다. 이문환 2대 행장은 3월 취임 이후 7개월 만에 CI를 교체한 후 올해 1월 돌연 사임했다. 서호성 3대 행장도 올해 2월 취임 6개월 만에 CI를 교체했다. 기업 로고 디자인 변경은 보통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디자인 인력 투입 등 개발 비용뿐만 아니라 교체 이후 간판 및 인쇄물 교체, 새 로고 홍보, 이용자 혼란으로 인한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측은 “브랜드 슬로건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앱 아이콘도 변경했다”며 “브랜드 변경이 아직 익숙하지 않겠지만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로고 중앙 알파벳 'K' 빼고 'M'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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