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와 음악 권리자단체가 음원 'DNA DB'(특장점 DB)를 포함한 '방송 사용음악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확한 음원 사용 내역을 집계해 해묵은 음악 저작권료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음악 저작권 업계에 따르면 방송 사용음악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위원회(BROMIS, 이하 위원회)가 이달 영국 사운드마우스와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한다. 사운드마우스는 다양한 미디어에 사용된 음악을 구분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오롯이 음악만 나올 때뿐만 아니라 출연자의 목소리와 음악이 섞여서 나올 때 배경음악으로 짧게 사용된 음악도 구분한다. '핑거 프린트'라는 기술로 음악의 특징인 DNA를 추출, 구축해 둔 DNA DB와 비교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위원회는 지난 2019년 말 사운드마우스를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시스템 구축 준비작업을 해 왔다. DNA DB 구축에 필요한 음원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SM, JYP 등 제작사로부터 700여만곡의 음원 이용 허락을 받았다.
위원회 사무국을 담당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관계자는 “DNA DB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음악 정보도 포함돼야 한다”면서 “사운드마우스에 해외 음원 수천만곡이 있어서 이를 동시에 활용하면 모니터링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지상파, 종편, PP)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권리자단체는 오랫동안 음악 저작권료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음악은 방송사가 제공하는 큐시트(음악 목록)를 기반으로 저작권료를 산정한다. 사람이 작성하는 큐시트는 정확도에서 한계가 있다. 외주 음악 감독인 경우 큐시트 제공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 여러 이유로 큐시트를 제공하지 않는 때가 대부분이다.
음저협 등 권리자단체는 이로 인해 정확한 저작권료 징수와 분배가 어렵다고 호소해 왔다. 권리자단체 자체 모티터링 조직을 통해 방송 사용 음악 내역을 확보하는 실정이다.
방송사는 음저협의 '관리비율'에 불만을 표한다. 저작권료 정산에 쓰이는 관리 비율은 방송에 사용된 음악 가운데 음저협이 관리하는 음악 저작물 비율이다. 음저협은 97%를 주장하지만 방송사는 80~85%라고 주장하며 분쟁이 지속됐다.
위원회는 방송 사용 음악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정확한 음원 사용 내역 집계와 저작권료 분배, 방송사와 음악 감독의 큐시트 제공 부담 경감을 기대했다. 음원 사용 내역이 명확해지면 관리 비율 갈등 역시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음저협 관계자는 “양측이 오랜 기간 협의해 시스템 구축에까지 이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국내외 수억곡의 음원 DNA를 확보하는 일, 본래 음원이 아니라 경연 등에서 직접 부른 곡이나 변형된 음원 등은 모니터링이 어려울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이유로 관리 비율 역시 시스템으로 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관리 비율은 음악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 등 개선을 위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약 6개월 동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 초부터 방송 사용 음악 모니터링을 시작한다. 이보다 앞서 권리자단체와 방송사는 문체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익위원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를 2016년 7월 출범시켰다. 양측의 방송 사용 음악 저작권료 갈등은 10년 가까이 지속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