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의 이달 생산 대기 물량이 4만4000대를 넘어서는 등 출고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아 노조가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면서 생산 리스크가 커지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전날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찬성표(73.9%)를 확보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쟁의행위가 가결되면서 노조는 파업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을 확보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노조가 제시한 안에 대해 사측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아 부득이 단체행동을 위한 과정을 준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아 노조가 당장 파업을 진행하기보다 파업을 무기로 사측과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먼저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상황에서 파업을 벌이는 것은 노조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작년 기아는 무분규로 임금 동결을 끌어낸 현대차와 달리 4주간 부분파업을 벌이며 4개월 만에 기본급 동결과 경영 성과금 150% 지급 등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올해도 현대차는 여름휴가 전 무분규 타결을 이뤘지만 기아는 노사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K8과 쏘렌토, 카니발 등이 고르게 인기를 끌면서 승용차 내수 판매에서 현대차를 넘어설 1위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3분기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아 세단 모델 가운데 가장 수요가 높은 K8의 경우 이달 기준 생산 요청이 4만4000대를 넘어섰지만 실제 계획된 생산량은 6350대 수준이다. 고객이 지금 K8을 계약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 출고를 시작한 EV6도 연내 계약된 물량 소화하려면 생산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도 추석 연휴까지 임단협을 타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노사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원점에서 다시 교섭해야 한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해 파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작년 임단협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사는 본교섭 일정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재개할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의 추가 제시안을 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