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경제 시대 도래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1.0을 발표한 데 이어 2.0 로드맵을 올해 3분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자동차 중심이던 수소연료전지 적용 분야가 선박, 열차, 건설기계, 도심항공모빌리티(UAM)으로 확대되고 발전용 수요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
수소연료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기존 화석연료 발전원 대비 전력 손실을 줄이고 발전효율이 높다. 다른 신재생에너지원과 비교 시 소요 면적이 작고 자연 환경의 제약없이 안정적 가동도 가능하다.
연소과정이 없어 질소산화물 발생이 거의 없으며 연료의 황 성분은 장치 내에서 모두 제거되도록 설계돼 있다. 또 높은 발전 효율을 바탕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며, 별도 운동 에너지가 필요치 않아 소음 및 분진 피해가 거의 없다.
최종 소비자 인접지에 설치해 전력과 열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 에너지원 대비 송전 및 변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이 없고, 송변전 설비 설치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는 기술에 따라 양성자 교환막 연료 전지(PEMFC),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 인산 연료 전지(PAFC) 등으로 나뉜다. 국내 기업들 중 현대차와 에스퓨얼셀은 PEMFC를, 두산퓨얼셀은 PAFC를 중점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PEMFC는 65~80℃에 작동하고, PAFC는 150~200℃에서 작동한다. 온도가 높을수록 불순물에 높은 저항성을 갖고 전기화학 반응속도도 빨라진다. 고온의 연료전지는 전원을 켜고 끌때 부품 내구성 감소 우려가 크다. 기술 특성상 발전용량이 크고 기저전력을 공급하는 데는 PAFC가 적합하고, PEMFC는 전력 사용량 변동이 잦은 건물 발전, 이동식 발전 등에 유리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PEMFC를 발전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지속하고 있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는 일정한 출력으로 발전을 지속해야 해 수송용 수소연료전지와 R&D 방향성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내구성에 영향을 주는 전해질막이 수송용은 얇은 대신 산화방지제로 영화를 방지하지만, 발전용은 전해질막이 두껍다. 현대차도 수소연료전지 적용 분야에 맞춰 부품을 일부 교체하는 방식으로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25% 고속성장
시장 규모는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수소 경제 사회로 전환을 선언하면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수소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2018년 7억8979만와트(W)에서 2023년 24억9458만W로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2016년 1조3000억원에서 2030년까지 41조원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아시아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선전도 돋보인다. 수송용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압도적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고 발전용 시장에서도 한국의 비중이 약 40%에 육박한다.
2019년 기준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가 점유율 60.5%로 일본 토요타(33.7%)와 양강 체제를 구축해 90% 이상을 차지했다.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선 두산퓨얼셀이 33.6%의 점유율로 블룸에너지(50.1%), 퓨얼셀에너지(13.8%)와 경쟁 중이다. 세계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은 파나소닉(45.2%), 아이신세이키(44.3%) 등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주요 기업으로는 에스퓨얼셀, 범한퓨얼셀 등이 꼽힌다.
◇적용 분야 확대...韓 R&D 매진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수소전기차로 성장을 이어왔으나 활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성장세를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현대로템과 개발하는 수소전기트램을 2023년까지 상용화한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동차, 수소전기 기관차 및 수소 고속전철 등 전차종에 수소철도 차량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선박과 관련해선 현대글로벌서비스, 한국선급과 친환경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해 2022년 하반기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현대건설기계와 지게차, 굴삭기 등 건설기계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제품도 2023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UAM도 2028년 상용화에 이어 2030년대 대량 양산이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과 협력해 PEMFC 기반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소전기차보다 더 많은 수소연료전지를 필요로 하거나 더 고성능을 요구한다. 특히 선박의 경우엔 물의 저항을 뚫고 나가야 해 선박의 크기가 커질수록 필요 수소연료전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잠재 수요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기존 승용·상용 수소전기차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자는 내용을 담은 '2050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해당 로드맵을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두산퓨얼셀은 계열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 개발한 수소드론을 통해 수송용 수소연료전지도 상용화했다. DMI는 2019년 'DS30'을 시작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수소드론이 배터리드론 대비 긴 비행시간을 강점으로 모니터링, 배송, 구호 등의 분야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수소연료전지 판매 확대에도 긍정적이다.
정책적 수혜도 기대된다. 이미 신재생 에너지 설치 의무화 제도에 따라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는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국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신축·중축·개축하는 연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은 2021년 기준 3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관련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내년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수소연료전지를 분리한 HPS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RPS는 대규모 발전사업자로 하여금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HPS 의무 이행 대상자로는 RPS 의무사업자, 판매사업자(한국전력)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에게 수소연료전지 전력구매를 비중을 할당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형건물 연료전지 의무화까지 추진할 계획이기에 민간에서의 수소연료전지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대형 발전과 관련해선 현대차가 앞서 PEMFC 기반 1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해 한국동서발전, 덕양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두산퓨얼셀은 PAFC가 아닌 SOFC를 개발 중이다. 발전용 SOFC 시스템은 800℃ 이상 고온에서 가동돼 전력효율이 높지만 기대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두산퓨얼셀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중저온형 SOFC 시스템 개발을 국책과제로 수행하고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