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미국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다. 12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캐딜락은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며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시승한 XT4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캐딜락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신차다.
XT4는 5000만원대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캐달락 SUV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한 엔트리 모델에 해당한다. 시승을 통해 체험한 XT4는 캐딜락 고유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여유로운 주행 성능과 다양한 첨단 장비를 제공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갖춘 입문용 프리미엄 차량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첫인상은 기존에 시승 경험이 있는 상위 모델 XT5를 빼닮았다. 전체적 차체 디자인과 비율, 차량 인상을 좌우하는 전면 그릴과 헤드램프 형상 등이 XT5와 유사한 모습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4595㎜, 전폭 1885㎜, 전고 1610㎜, 축간거리 2779㎜로 콤팩트 SUV에 속한다. 전장을 놓고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GLA(4440㎜)나 BMW X2(4360㎜)에 비해 오히려 큰 몸집이다.
XT4는 캐딜락 SUV 라인업에서 막내 역할을 맡고 있지만 원가 절감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디자인 완성도 역시 상당히 높다. 전면부를 감싸며 엠블럼을 품은 유광 블랙 매쉬 그릴과 캐딜락 디자인 시그니처로 자리한 주간주행등이 강렬한 개성을 표현한다. 동급 최대 크기인 20인치 알로이 휠은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조금 과한 설정으로 보인다. 후면부는 수직으로 뻗은 L자형 테일램프를 적용해 XT4만의 특별함을 강조한다.
실내는 차급 뛰어넘는 고급스러운 감성을 드러낸다. 곳곳을 탄소섬유 트림과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했다. 밖에서 바라볼 때보다 실내 공간이 예상 외로 넉넉하다. 2열 공간 레그룸 1004㎜, 헤드룸 970㎜, 숄더룸 1400㎜을 확보했다. 시승 시 2열에 2명이 탑승하고도 부족함이 없었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기본 637ℓ, 2열 폴딩 시 1385ℓ를 제공한다.
주행 성능은 여유롭다. XT4에 탑재한 2.0ℓ 직분사 가솔린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35.7㎏·m을 발휘한다.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가 엔진 회전수 1500rpm부터 4000rpm까지 고르게 뿜어져 페달에 살짝만 밟아도 넉넉한 힘을 즐길 수 있다. 엔진은 9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신속한 변속과 매끄러운 반응을 보인다. 창문을 모두 닫으면 외부 소음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실내는 정숙하다.
작은 차체와 직설적 핸들링은 고속 주행에서 안정적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XT6 등 상위 모델에 적용하는 액티브 스포츠 섀시와 CDC 서스펜션을 XT4에도 장착했다. 즉각적 노면 반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코너링에서 한층 민첩하게 움직인다. 강력한 힘은 네 바퀴로 고르게 전달된다. 클러치 올 휠 드라이브 시스템을 탑재해 네 바퀴에 스스로 구동력 배분을 조정하며 오프로드나 눈길, 빗길 등에서도 노면 접지력을 잃지 않도록 도와 주행에 자신감을 준다.
내연기관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여럿 채택했다. 엔진 발열을 자동 제어하는 액티브 서멀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정속 주행 시 일부 실린더를 비활성화해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속도에 따라 전면 그릴을 자동으로 여닫으며 엔진 쿨링과 공기 흐름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액티브 그릴 셔터도 적용했다.
XT4 최대 강점은 풍부한 편의장비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1열 운전석과 조수석에 마사지 기능을 넣어 장거리 운행 시 편안함을 더한다. 쾌적한 탑승 환경을 위한 에어 이오나이저, 1열 열선 및 통풍, 2열 열선 기능도 갖췄다. 오디오도 프리미엄급이다. 13개의 스피커를 곳곳에 배치하고 4개의 마이크로폰을 통해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지원하는 보스 센터포인트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깨끗한 음질을 들려준다.
카메라로 백미러를 보여주는 리어 카메라 미러는 주행 시 후방 시계를 300% 이상 넓혀준다. 축소와 확대, 수직 앵글 조정, 밝기 조절 등을 지원해 야간에도 최적의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주차가 서툰 운전자를 배려한 기능도 돋보인다. 좌우에 배치된 4개의 울트라소닉 센서와 전후방 파크 어시스트 울트라소닉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공간을 탐지하고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동 주차 기능을 갖췄다. 전후방 주차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HD 서라운드 비전은 어려운 주차 상황에서도 편의성을 높인다. 발동작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트렁크와 원격 시동으로 실내와 시트 온도 등을 제어하는 어댑티브 리모트 스타트 시스템도 장착했다.
이날 시승한 XT4 복합 연비는 10㎞/ℓ다. 실제 시승 시 도심에서 8㎞/ℓ, 고속도로에서 12㎞/ℓ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1825㎏에 달하는 공차 중량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한 편이다. 향후 모델 변경 시 전동화 모델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가격은 5531만원이다. 국내 소비자 요구를 고려해 북미 시장 기준으로 최상위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한 스포츠 한 가지 트림으로 판매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