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관리직 가운데 여성 비율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내놓은 '2019년 우리나라 여성 과학기술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여성 과학 인력은 신규 채용 시점에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6.2%지만 재직 때 20.7%, 연구과제책임자 때 11.6%로 떨어지고 관리직 때는 10.6%까지 하락했다. 반대로 남성은 신규 73.8%로 시작해 재직 79.3%, 연구과제책임자 88.4%, 관리직 89.4%로 꾸준히 상승했다. 여성 연구과제책임자 활동 수준도 미미했다. 10억원 이상 대형 과제를 수행하는 여성 책임자는 8.5%에 불과했다. 여성 연구책임자 가운데 72.6%가 1억원 미만의 중소형 과제 담당이었다.
정부가 과학 여성인력 확대 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음을 보여 준다. 물론 과거보다는 개선됐다. 2019년 이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와 올해에도 여성 비중 추세는 우상향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속도가 여전히 느리다는 점이다. 2019년 여성 과학 인력은 5만191명으로 전체에서 20.7%를 차지했다. 2008년 이후 전체 과학 인력은 5만2693명(27.7%)이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은 1만7125명으로 51.8%나 증가하는 등 증가 폭이 컸다. 여성 과학 인력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지만 정작 관리직은 소폭 증가했다.
물론 관리직으로 승진 가능한 기본 모수가 작기 때문일 수 있다. 이를 고려해도 전체 여성 과학자 증가 폭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관리직은 사실상 대기업으로 말하면 임원과 같은 고위직에 해당한다. '중량감 있는' 여성 인재를 과감히 육성해야 한다. 과거에는 모수가 작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회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성별은 중요치 않다. 엔지니어는 남성 영역이라는 사고방식도 시대에 뒤떨어졌다. 오히려 대학에서도 이공계를 전공하는 여성인력이 느는 추세다. 수많은 R&D 분야에서 여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강제력을 동원하더라도 여성 관리직 숫자를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