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상용 게임엔진 사용이 보편화된 가운데 국내 게임사 자체 엔진으로 제작한 게임이 주목받는다. 기성 엔진 성능에 비견하는 것은 물론 자체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유연성과 효율성이 돋보인다. 메타버스 시대 개화로 게임엔진이 가상세계 구축 도구로도 활용돼 기술 가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가 이달 24일 개막하는 세계 3대 게임쇼 게임스컴에 자체 게임엔진으로 개발한 '붉은사막'과 '도깨비'를 출품한다.
게임엔진은 소스코드와 디자이너가 쓸 수 있는 도구로 구성된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SW)다. 그래픽, 오디오, 네트워크, 서비스 안정성, 보안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요소를 제공한다.
펄어비스는 김대일 의장 주도로 첫 게임 '검은사막' 개발부터 자체 게임엔진을 활용했다. 원하는 기능, 표현, 연출을 빠르게 할 수 있어 콘텐츠를 신속하게 업데이트 했다. 4K 리마스터, 모바일, 콘솔, 클라우드 게임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자체 개발 게임엔진 덕이었다. 검은사막은 출시 8년이 지난 지금도 현세대 게임과 비교해 노후화된 흔적을 찾기 힘들다.
붉은사막과 도깨비 제작에 사용된는 차세대 게임엔진은 더 진화했다. 사실적인 질감과 자연스러운 광원을 구현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유연성도 높다. 붉은사막은 액션기능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도깨비는 붉은사막으로 쌓은 경험을 바탕삼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엔진으로 개발 중”이라면서 “자체 개발 엔진의 높은 효율성으로 많은 콘텐츠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빠른 속도로 완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크리에이티브도 자체 게임엔진 '유나엔진'으로 개발한 '에픽세븐'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최근 '역주행'으로 화제를 모은 에픽세븐은 국내 구글 매출 순위 7위에 올라있다. 해외에서도 흥행을 이어가 유통사인 스마일게이트 매출 1조원 돌파에 일조했다
슈퍼크리에이티브는 2D 게임이다 보니 기존 3D리얼타임렌더링 엔진으로는 최적화 한계가 존재했다. 회사는 3년을 투자해 모바일기기 특성을 반영한 엔진을 개발했다.
이외 라인게임즈 'Leggiero', 엑스엘게임즈 'XLE' 등도 국내에서 만들어 오픈소스로 공개한 게임엔진이다.
자체 게임엔진을 보유하면 유연성과 속도 외에도 상용 회사에 줘야 하는 로열티 절감 효과도 있다. 현재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 에픽게임즈 '언리얼엔진'과 덴마크 유니티테크놀로지스 '유니티엔진'은 별도 요금제를 사용한다.
초기 개발비용이 높은 것은 자체 엔진의 부담요인이다. 지난 10년 동안 막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해온 유니티, 언리얼보다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다. 국내 게임사로서는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특성상 상용 엔진을 쓰는 게 효율적일 수 있으나 기술 내재화를 하지 못해 국산 엔진으로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게임엔진 활용도가 주목받고 있어 게임 제작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