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곧 삶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어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언어가 만들어지고, 변하고, 간혹 소멸하는 과정은 문화가 변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나라별·민족별로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영위한다.
다양한 언어만큼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하지만 세계화를 통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교류가 점차 활발해지면서 인간이라는 공통점으로부터 파생된 삶의 궤적도 생겼다. 20세기 이후 영어가 국제 표준 언어로 자리매김하며 영미 문화가 많이 전파됐다. 영어 교육은 필수화돼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은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 영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런데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도 과연 영어만이 미래를 대비하는 핵심 역량일까. 다음 세대에서의 표준 언어는 무엇이 될까. 언어를 단순히 우리가 말하는 언어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컴퓨터 언어야말로 진정한 국제 표준어가 될 가능성이 짙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세상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컴퓨터 언어를 이용한 소통, 즉 코딩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학부모 사이에서 계속 일고 있는 코딩 교육 열풍, 최근 게임 업계를 필두로 촉발된 개발자 채용 경쟁은 모두 코딩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능력이 될지 암시하는 듯하다.
컴퓨터는 사회를 움직이는 많은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유창하지는 못하더라도 간단한 영어 회화 정도를 배워 두는 것이 생활 속에서 영미권의 문화나 맥락 이해에 도움이 되듯 코딩 개념을 배우는 것이 사회를 움직이는 데 쓰이는 컴퓨터가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의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그 패턴을 토대로 해결 절차를 알아내는 알고리즘 사고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알고리즘 사고는 사람들이 컴퓨터 언어의 다양한 문법을 모른다 하더라도 컴퓨터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노코드(No-code) 개발도구 역시 코드는 몰라도 알고리즘 사고에는 익숙해야 활용할 수 있다.
실시간 3차원(3D) 개발 플랫폼 기업 유니티 역시 코딩 능력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노드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작성할 수 있는 볼트(BOLT), 쉐이더를 작성할 수 있는 셰이더그래프, 시각효과를 작성할 수 있는 VFX그래프 등이 그 일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5월 인공지능(AI)과 대화하면서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노 코딩 플랫폼을 선보였다. 노 코딩 플랫폼은 전문 프로그래밍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 역시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한 알고리즘 사고가 바탕이 된다면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단순히 특정 기업만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다. 최근 건설, 금융,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며 개발 지식이 업무의 주가 아닌 부서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코딩에 대한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처음부터 고급 코딩 능력을 목표로 하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초 영어 회화를 배운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하기를 권한다.
AI 기반 번역기가 널리 쓰이는 세상이지만 그 번역의 뉘앙스 적절성 여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에 대한 기초 이해가 필요하다. 이 점을 생각하면 점점 쉬워지고 있는 개발도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기본 코딩 능력과 알고리즘 사고능력은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코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점점 디지털화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고 시대를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코딩 역량을 기르는 것은 미래에 대한 현명한 투자다.
김범주 유니티코리아 에반젤리즘 본부장 beomjoo.kim@unity3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