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선진국' '품격' 강조하며 국제사회 한국 역할 정립...30% 중반 추락 지지율 반등할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기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기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선진국'으로서의 '품격'을 강조했다. 북한과 일본에는 '포용'을 언급하며 '상생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백신허브국가' '글로벌공급망 선도기지' 등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역할도 정립했다. 3개월만에 30% 중반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반등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지난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만장일치로 개발도상국 중 최초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격상한 점을 언급하며 선진국으로서의 품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열어왔다. 식민지와 제3세계 국가에서 시작해 개발도상국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꿈을 꿀 차례”라며 '평화롭고 품격있는 선진국' '국제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나라'를 향한 꿈을 이루자고 했다.

선진국으로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세계 경제 재건, 평화질서에 적극 이바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우리의 성장 경험과 한류 문화, K-방역을 통해 쌓은 소프트파워를 토대로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질서 형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백신허브국가로서 인류 공동 감염병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한편,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글로벌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글로벌 선도기지 위상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 지구적 현안인 기후위기 대응에선 저탄소 경제 전환을 추진하고 개도국 에너지 전환을 돕는 등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과 일본에는 선진국으로서의 '포용'을 보이자고 했다.

1945년 8월15일 광복 이후 국내 체류중인 일본인에 대해, 복수가 아닌 포용을 선택한 우리 선조의 모습을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강인한 '상생과 협력의 힘'이 있다. 식민지배의 굴욕과 차별, 폭력과 착취를 겪고서도 우리 선조들은 해방 공간에서 일본인들에 대한 복수 대신 포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항일무장투쟁 영웅 홍범도 장군 유해를 직접 맞이하면서는 “국민 중에는 홍범도 장군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분들도 간혹 있으니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항일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그분의 생애와 고귀한 뜻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경색됐던 한일관계를 풀어내면서도 일본의 도발적 태도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해선 통일 '독일모델'을 넘어 '한반도모델'을 만들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연결될 때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같은 광복절 메시지가 문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역대 대통령의 주요 연설은 국정수행 긍정평가(지지율)에 영향이 컸다. 다만 지지율 하락을 '정치에 관심없는, 20~30대, 무당층'인 탓에 문 대통령 '광복절 메시지'가 지지율 반등을 이끌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백신 수급 지연 등이 겹치면서 3개월 만에 긍정평가가 36%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36%였다. 5월 3주차에 34%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응답은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53%였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부정평가가 높았다.

한국갤럽은 “긍정률 하락이 20·30대, 무당층, 정치 비관심층(평소 정치에 관심이 '(별로+전혀) 없다' 응답자) 등에서 두드러졌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지금까지 선방한다고 봐왔던 일부 유권자가 유보 입장으로 선회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