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후 첫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정례회의가 개최됐다. 관심을 모았던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수차례 준법경영 의지를 밝힌 만큼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후 삼성 준법위는 정례 회의를 개최하고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가 관심이 쏠린 건 이 부회장 가석방 후 처음 열리면서, 첫 외부 행보로 회의 참석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준법위원과 만남을 가지면서 준법위 활동 지원과 준법경영 의지를 내비쳤다. 출소 후 자신은 물론 삼성의 준법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이번 정례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한 데 이어 오후에도 외부 공식 일정 없이 계열사 주요 현안을 보고 받는 등 산적한 경영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눈높이를 고려할 때 준법위 참석으로 준법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경영 현장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과 '코로나19' 백신 등 국익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첫 외부 행보로 준법위 참석은 정부나 국민이 기대하는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불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출소 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날 준법위 회의에 이 부회장은 불참했지만,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준법위는 이날 고려대 지배구조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용역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 지표, 점검항목 설정' 관련 보고서를 논의·의결했다. 이 보고서는 이 부회장이 복역 중이던 지난 5월 외부 연구소에 발주한 결과물이다. 준법위반 리스크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세부 점검 사항을 제시한 일종의 체크리스트다.
삼성 준법위는 “이번 연구 보고서에는 지표화가 가능한 항목을 평가지표로 제시했다”면서 “이 보고서를 활용해 보다 실효적인 감시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BOG)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3개 계열사 대상 경영체제 컨설팅까지 마무리될 경우 연내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향후 역할은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지만, 준법경영에 대한 엄격한 시선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편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