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 자녀 셋을 재우고 난 30대 워킹맘 A씨는 마켓컬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전복을 주문했다. 더위와 코로나19로 지친 가족을 위해 전복죽과 전복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튿날 오전 7시. A씨 집으로 살아 있는 전복이 배달됐다. A씨는 1주에 두 번 이상 마켓컬리로 신선식품 장을 본다.
폐기율 0.1%에 도전하는 마켓컬리 새벽배송을 경험하기 위해 김포 물류센터 현장을 찾았다. 수도권 서북부 교통요지인 경기 김포시 고촌 인터체인지(IC) 인근의 약 8만4000㎡(약 2만5000평) 부지에 자리한 이곳은 신선식품 물류센터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냉장·냉동·상온 센터를 전부 갖춰 한여름에 반팔 셔츠를 입고 방문하다 보니 춥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직 고객이 주문하지 않았지만 물류센터 곳곳을 채운 방대한 상품 물량이다. 마켓컬리는 빅데이터 예측시스템을 가동, A씨가 주문하기 전에 김포 냉장물류센터에 살아 있는 전복을 미리 가져다 놓았다. 어제 딴 완도 생전복을 오늘 아침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비결이다. 고객의 주문을 받은 후 공급사에 발주를 넣고 입고를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려면 최소 하루가 더 필요하지만 마켓컬리는 고객 주문을 예측했다. 주문 예측 없이 빠른 배송만을 위해 상품을 발주한다면 주문되지 않은 남은 상품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마켓컬리는 하루 12만건에 이르는 주문 상품을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면서도 폐기율을 1% 이내로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꼽았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구매, 매출, 프로모션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사업 근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는 머신러닝 을 통해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 발생할 주문을 예측한다. 최근에는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급 통계 분석까지 추가, 물류와 e커머스 부문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송훈화 컬리 데이터사이언스팀 매니저는 18일 “수집된 데이터를 머신러닝해서 이번 주중에 주문이 지역별로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한 후 고객이 주문한 물건이 원활하게 배송되도록 필요한 정보를 물류팀에 제공한다”면서 “물류팀에서 준비된 리소스가 어느 시점에 소진될지 예측함으로써 물류 인력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예측 오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한다. 주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추가·삭제한다거나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예측 모델을 조정하면서 가장 우수한 모델을 최종 선택한다. 실험 결과가 우수했어도 실제 운영 시 예상과 다른 오차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어 지속 모니터링을 하고 업데이트한다.
특히 마켓컬리는 상품 할인율을 변동, 재고관리를 최적화한다. 상품 단위 수요를 예측하고 시간대와 상품 특성, 고객 반응률 등을 종합 고려해서 최적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품절이나 폐기 발생률을 낮춘다. 그 결과 마켓컬리 폐기율은 2~3%인 일반 대형마트의 절반 이하인 1%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물류 현장에 적용한 개인화 추천시스템을 내년에 고도화한다. 지속적인 투자로 고객 만족도는 높이고 폐기율은 더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폐기율 0.1%에 도전하겠다”면서 “고객의 성향이나 맥락, 상품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상품을 추천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고 쉽게 찾아서 주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