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르노삼성차 지분 매각 추진

삼성이 르노삼성자동차 지분 19.9%를 모두 매각한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 보유 중인 르노삼성 지분 19.9%를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카드는 지난주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 개요를 담은 투자설명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가 매각 의사를 밝힌 만큼 르노삼성차의 본사인 프랑스 르노그룹 역시 지분 협상에 참여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르노삼성 지분을 더 보유해도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의 전기차 조에(ZOE)
르노삼성의 전기차 조에(ZOE)

당장 르노삼성 노동조합이 파업을 이어가면서 '삼성'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완성차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에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기술 제휴를 맺어온 일본 닛산과 연이 있는 프랑스 르노가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다.

인수는 신규 회사를 세워 르노와 삼성, 채권단 등이 출자하는 방식으로 삼성카드는 지분 19.9%를 보유했다.

삼성카드가 해당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은 사업 진출 26년 만에 자동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됐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국내 5대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실적도 부진하다. 지난해 796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초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가격보다는 단기간에 매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인수 후보들은 회사 가치가 떨어졌을 때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해 투자 차익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이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은 이미 지난해 종료돼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3년부터는 르노삼성이라는 이름도 바뀔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브랜드 사용을 허용하는 대신 삼성 브랜드 이용권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이 르노삼성 국내 매출의 0.8%를 받아왔다.

그러나 삼성자동차 시절 만들어진 태풍 모양 엠블럼은 르노삼성자동차가 소유권이 있어 계속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태풍 모양 엠블럼을, 해외 르노 공장에서 들여오는 차는 르노의 마름모 모양 로장주 엠블럼을 쓰고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