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온라인 유통 공룡이 대기업에도 '갑질'" vs 쿠팡 "행정소송하겠다"

공정위 "온라인 유통 공룡이 대기업에도 '갑질'" vs 쿠팡 "행정소송하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쿠팡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온라인 유통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됨에 따라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유통업자도 대기업 제조사에 대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인정한 조치다.

반면에 쿠팡은 “과거 신생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행정소송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쿠팡의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통지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 총 32억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쿠팡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2018년 공정위가 직권인지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9년 LG생활건강의 신고가 더해졌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납품업자에게 경쟁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등 납품업자의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했다. 자사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마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 360개 상품을 경쟁사몰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지 않도록 관리했다.

쿠팡은 납품업자가 경쟁몰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사이트에서 상품을 제거하고 이후 발주를 받지 않는 정책을 썼다. 공정위는 사실상 납품업자가 쿠팡의 요구를 100%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요구하기도 했다. 2017년 3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128개 납품업자에게 397개 상품에 대해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에 따른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213건 광고 구매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촉행사를 하면서 판촉비 전액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한 행위도 적발됐다.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베이비·생필품 페어 할인행사를 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388개 납품업자에게 할인비용 약 57억원을 전액 떠넘겼다. 납품업자의 판매촉비용 분담비율이 100분의 50을 초과하면 안된다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

연간거래 기본계약에 약정 없는 판매장려금을 수취한 행위도 드러났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직매입 거래를 하는 330개 납품업자로부터 판매장려금 지급 약정 사항을 연간 거래 기본계약 내용으로 약정하지 않고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약 104억원을 수취했다.

판매장려금은 직매입 거래에서 납품업자가 대규모 유통업자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이다.

쿠팡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은 “이번 사건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며 “실제 국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인 LG생활건강은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상품을 쿠팡에 타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오랜 기간 공급해왔고 이에 대해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기업 제조사들은 신유통 시장이 등장할 때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견제와 갈등을 반복해왔다”며 “일부 재벌 대기업 제조사의 가격 차별 행위가 사건의 본질이었음에도 쿠팡이 오히려 대기업 제조업체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가 위반행위 대비 적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최대 규모인 70억원 수준을 예상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자본잠식 상태여서 현실적인 부담능력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과징금이 일부 조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