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온라인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해 온 핵심 임원진이 올해 잇따라 퇴사했다. 이들은 백화점사업부와 롯데온에서 e커머스 실무를 맡았던 중진급 임원으로, 모두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디지털 채널 강화를 꾀하는 CJ의 공격적 영입 행보와 나영호 롯데온 대표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 전략을 새로 짜려는 롯데의 움직임이 맞물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 플랫폼센터장인 김현진 상무는 최근 CJ제일제당 디지털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이직했다. 김현진 부사장은 온라인 플랫폼 기획 전문가로, 지난해 9월 11번가에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플랫폼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도 채 안 돼 롯데를 떠났다.
올해 초에는 롯데백화점 최고정보책임자(CIO)였던 김명구 온라인사업부문장이 CJ온스타일 e커머스사업부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명구 부사장 역시 지난 2016년부터 롯데백화점에서 옴니채널과 인공지능(AI) 챗봇, 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전환 사업을 주도한 온라인 전문가다.
CJ제일제당과 CJ ENM은 롯데쇼핑에서 부사장급 전문 인력을 잇달아 영입하며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다. 반대로 롯데는 온라인 실무 임원의 잇단 이탈로 사업 전략에 누수가 불가피해졌다.
CJ제일제당에서 온라인 사업을 총괄하게 된 김현진 부사장은 지난해 조영제 롯데온 전임 대표가 오픈마켓 강화를 위해 11번가에서 직접 영입한 인사다. 김현진 부사장은 11번가에서 컨버전스본부장, 커머스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플랫폼 기획과 운영을 이끌었다.
김현진 부사장이 롯데온에서 맡았던 플랫폼센터는 산하에 스토어부문, 상품·개발부문, 마케팅부문, 디자인혁신부문, 검색추천부문 등을 거느린 롯데의 핵심 조직이었다. 그만큼 기대도 컸지만 1년도 안 돼 회사를 떠난 것은 김현진 부사장 합류 이후 조영제 전 대표가 사임하고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가 새롭게 부임하면서 역할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영제 전임 대표는 백화점 출신인 만큼 오픈마켓 사업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했지만 나영호 대표의 경우 이베이코리아에서 전략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이 분야 이해도가 높은 만큼 김현진 센터장의 역할이 모호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온 플랫폼센터장 자리는 공석이다. 나영호 대표가 관련 실무를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이달 초 백화점·마트·슈퍼 등에 산재돼 있던 온라인 관련 인력을 e커머스사업부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나영호 대표 체제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반대로 CJ그룹은 디지털전환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온라인 사업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필요했다. 특히 올해는 유통, 물류, 미디어, 식품 등 주력 사업 전 영역에 걸친 공격적 영입으로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CJ ENM 커머스부문은 TV홈쇼핑에 의존한 전통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모바일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기 위해 CJ온스타일을 출범했다. 그러면서 CJ온스타일의 e커머스 사업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로 김명구 부사장을 택했다.
식품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 역시 김현진 신임 부사장에게 디지털 사업 총괄을 맡겼다. 김현진 신임 부사장은 자사몰 CJ더마켓뿐만 아니라 라이브커머스와 온라인 전용 밀키트 브랜드 쿡킷 등 비대면 사업 역량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현진 CJ제일제당 부사장은 “식품 소비자직접거래(D2C)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이직을 결정했다”면서 “자사몰인 CJ더마켓을 통해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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