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개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국내로 몰렸던 투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증시는 하락, 달러 강세로 환율은 치솟았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8.2원 올라 달러당 11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77.2원까지 오른 뒤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환율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 34.2원 급등했다. 미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주식 매각 자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역송금'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93.5선까지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점을 경신했다. 테이퍼링이 본격화되면 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내 1200원대까지 지속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가시화, 외국인 매도, 위험자산 선호 위축 등 영향으로 원화 약세가 심화됐다”라며 “7월 FOMC 의사록을 통해 연내 테이퍼링 시행이 거의 공식화됐다고 판단한다. 9월 FOMC 회의를 통해 테이퍼링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3097.83포인트로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3100포인트 이하로 후퇴한 것은 지난 4월 1일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 역시 크게 하락하며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0포인트 이하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 주요 지수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4.74포인트(-1.10%) 하락한 27281.17로 거래를 마쳤다. 도쿄증권거래소주가지수(TOPIX)도 1.4% 하락한 1897.19포인트로 마감했다.
대만 자취엔지수는 2.68% 급락했으며 홍콩항셍지수(-2.18%), 중국 상하이지수(-0.58%)도 일제히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연준 테이퍼링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된 영향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주 증시 급락을 주도했던 반도체 업황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2분기 실적 시즌이 종료됨에 따라 실적 모멘텀 소강 국면에 진입하면서 당분간 매크로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예정된 주요국 경제 지표, 연준 위원들의 발언 등 매크로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외국인 매도-위험자산 선호 위축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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